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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상 Sep 22. 2024

아직도 지식 주입인가? 1

- 교사부터 변하자 

‘샘, 인도주의가 머예요’


지금은 소위 SKY에 속하는 대학에 다니고 있을 아이가 고3 때 나하고 논술 준비를 하면서 했던 질문입니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게, 나로서는 그 아이의 수준에 설마 이런 개념을 모를까 싶었던 나의 믿음을 완전히 깨트려버리는 반격(?)이었습니다. 어려운 개념이기는 하지만 고3까지 올라오면서 충분히 학습했을 것이라고 여겼던 개념이었습니다. 아이들 수준을 정확히 파악 못한, 아니면 나, 또는 다른 교사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무능력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도 민망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지식 주입교육을 해왔건만 지식의 의미 조차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 것입니다. 


‘First to go, Last to know’ 

동시에 월남전 영화에서 본 미군 막사에 걸려있던 구호가 오버랩됩니다.  무조건 진격하라, 그리고 나중에 파악해라. 머 대충 이런 뜻이겠죠. 우리 아이들한테는 따지지 말고 무조건 외워라, 그리고 나중에 이해하라... 우리 아이들 단순하고 무의미한 지식 주입 수업으로 암기는 하였지만 자신이 배우는 지식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대부분 학생들이 지식이나 언어를 펼쳐내는 말 하기와 쓰기 표현조차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습 경험 전체의 의미를 무시하고 분절된 지식들 조각조각만을 강조하고 있는 단편화의 오류’


 6.25 동란 중 시작된 미국 및 국제 연합 교육 사절단이 제시한 우리 교육에 관한 보고서에서 지적된 교육과정상의 오류중 하나입니다. 대학원 때 본 내용인데 이 고리타분한 옛날 옛적 지적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참 답답합니다. 어느 외국의 유명한 신문에서 우리나라가 IMF 위기를 격은 이유 중에 하나도 암기 위주의 지식 교육으로 성장한 엘리트들이 문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미처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는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엄청난 양의 교과서 내용들을 그대로 ‘분절된, 단편적인 지식 조각조각’만을 아무런 유의미화 과정 없이 전달하기에 급급한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선진국을 쫓아가야 하는 후진국인 것처럼 최대한 많은 양의 지식 암기 교육이 최우선 인양 교과서의 잡다한 지식들을 머릿속에 그저 꾸겨 넣기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 학기에 10개가 넘는 교과들에서 수많은 지식을 때려 넣습니다. 마치 그 분야를 제대로 알려면 그 분야의 모든 지식을, 그리고 지식 위주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AI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찾아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손바닥 만한 핸드폰에서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지 찿아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전문가의 능력보다 뛰어나게 진단, 예측하고 계획서나 보고서까지 써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보다 중요한 능력은 어느 정보가 가짜인지를 판단하고, 어느 정보가 더 중요한지를 선별하고, 찾은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학교에서의 수업은 아직도 교과서에 한정된 단편적인 지식 암기와 정답만을 찾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몇십년전부터 지적당한 오류들을 당연한 것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농담으로 말하는 '공짜, 비밀, 정답' 등 세상에 없는 3가지 중 하나를 찾으려는 우매한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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