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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다한석사 Nov 26. 2024

어린 왕자 in SEOUL(#19 꿀벌과의 만남2)

“우리의 삶도 짧지 않아. 시간이란 것은 인간이 정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기준에 맞는 시간으로는 짧다고 판단할 뿐이야. 결코 우리의 시간에서는 우리의 삶이 짧다고 생각하지 않아.”     


어린 왕자는 꿀벌의 말에 그녀를 한참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하자 꿀벌은 이어 말했다.  

   

“상대적인 것일 거야. 난 우리 삶이 결코 짧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평생을 일하다 죽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휴식과도 같아. 날갯짓해서 꿀을 찾아다니는 것만큼 황홀한 일도 없으니까.”     


“그렇겠구나. 기준이라는 것은 다를 수가 있구나.”     


“맞아. 인간들이야 그들이 만들어낸 기준이 있을 거야. 이렇게 살아야 하고 저렇게 살아야 하고. 대부분 정해진 것들이 있어. 사진을 찍는 것만 봐도 그래. 꽃 위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은 꽃에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 우스꽝스럽게도 모두 같은 몸짓이야. 다른 것이 없어.”     


꿀벌의 말에 어린 왕자가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모두 같은 동작을 하고 사진을 찍어?”     


“약간씩은 다르지만 모두 비슷해. 아마도 꽃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한 동작 같은 것이 있나 봐.”  

   

어린 왕자는 신기해하며 꿀벌 옆에 앉아 말했다. 어린 왕자가 앉은 잔디 주변에는 꽃이 만개하여 향긋한 냄새가 진동했다.     


“우리도 정해진 것들이 있어. 꿀을 찾아야 하고 찾으면 집으로 가져와야 해. 그 일이 끝나면 다시 또 꿀을 찾아다녀. 그것이 우리에게 정해진 일이야.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야. 나보다 나이가 많은 꿀벌에게 배웠고 나중에는 또 나이가 어린 꿀벌에게 내가 아는 것들을 알려줘야 하거든. 그러면 그 일들이 당연해지는 것이지.”     


꿀벌은 이어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쉬워.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니?”     


꿀벌의 말에 어린 왕자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두가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그동안 나는 모두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몰랐어.”     


“그렇구나,”     


꿀벌이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렴.”     


어린 왕자는 꿀벌의 말에 답했다.     


“삶이란 것은 단순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아, 삶이란 것은 어려운 것이구나.”   

  

꿀벌은 다시 날갯짓을 시작하며 말했다.     


“우리 삶은 단순하지. 하지만 단순한 것 속에 중요한 것들이 숨겨져 있단다.”     


어린 왕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중요한 것? 어떤 중요한 것 말이야?”     


꿀벌은 잠시 날갯짓을 멈추더니 꽃잎 위에 앉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작아 보여도, 그것이 세상을 움직이지. 꿀을 모으는 동안 우리는 꽃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고,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더 달콤하게 만들어. 중요한 건 우리가 세상에 남기는 흔적이야.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도 많아.”     


어린 왕자는 꿀벌의 말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여전히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흔적이란... 사랑 같은 걸까?”     


꿀벌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사랑일 수도 있고, 책임일 수도 있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서로를 돕는 거야. 꽃들은 우리에게 꿀을 주고, 우리는 꽃들을 도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 어쩌면 사랑이란 건 그런 것일지도 몰라.”     


어린 왕자는 조금 더 생각하다가 속삭였다.


장미는 내가 떠난 뒤에도 잘 지내고 있을까...”   

  

꿀벌은 그의 마음을 읽은 듯 물었다.     


“장미는 너에게 소중해?”     


“응. 정말 소중해.”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그걸 잊었어.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도 장미가 나를 그리워할지 궁금해.”   

  

꿀벌은 날개를 부드럽게 펄럭이며 말했다.     


“소중한 것들은 서로를 기억하는 법이란다. 네가 장미를 떠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너는 이미 장미의 일부가 되었을 거야. 그건 바람처럼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법이지.”     


어린 왕자는 꿀벌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다시 길을 따라 걷기로 마음먹었다. 떠나기 전, 그는 꿀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너와 이야기해서 기뻤어. 네 이야기는 내 마음을 가득 채웠어.”     


꿀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작별은 또 다른 시작이야. 너의 여정에도 꽃길이 계속될 거야.”     


그 말에 어린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길을 나섰다. 꽃들이 흔들리는 길 위에서, 바람은 여전히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그가 세상을 향해 남기는 작은 흔적도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될 거라는 것을. 불현듯 사막에서 헤어진 여우가 생각나서 중얼거렸다.    

 

“여우를 기억하는 내 생각도 흔적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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