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무너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울지도 않고,
분노하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이제 특별한 감정도 아닙니다.
그냥 문득, 하루의 틈새처럼 찾아오곤 합니다.
마음이 아주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마치 잉크를 물에 떨어뜨렸을 때처럼
서서히, 천천히, 나라는 선이 퍼져 사라져 갑니다.
누가 괜찮냐고 물으면
"그냥 좀 피곤해서"라고 말합니다.
그 말이 꼭 거짓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도 그 피로가
'존재 자체의 무게'라는 걸 모를 뿐이죠.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흐릅니다.
기억은 점점 흐릿해지고,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대화를 나눴는지조차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졌다'는 느낌만이 남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내가 나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원래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애초에 '원래의 나'라는 게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바라게 되는 건
이렇게 조용히 무너지는 날들 속에서도
나만큼은, 나를 끝까지 지켜봐 줄 수 있기를
말없이 나를 지나치는 시간들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하루들이,
너무 오래 이어지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