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서도 언젠가 해는 잠깐쯤 얼굴을 비췄고,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어느 순간 구름은 조용히 물러났다.
희망이란 게 그런 식이었다.
아예 없지도 않았고,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삶의 의지는 늘 손에서 빠져나가는 물 같아서
어느 순간 그럭저럭 살아볼 만하다 싶으면
불현듯 사라지고는 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사라지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대단히 놀랍지도 않고,
그저 원래 그런 것처럼.
내 인생도 날씨를 닮아
예측할 수 없고,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겐 맑은 하늘이 기쁨일 테지만
나에겐 오히려 그 맑음이 어딘가 불편했다.
어디선가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늘 나를 불안하게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종종 햇살이 눈부신 날에도
커튼을 치고 눕는다.
슬픈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기쁜 것도 아닌 마음으로
조용히 웅크려 있는 날들이 있다.
어쩌면 사는 건 그런 것 아닐까.
기대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도
어느 결에선가 다시 바라게 되는 일.
금방 또 흐려질 걸 알면서도
한 줄기 빛을 찾게 되는 일.
누군가는 그걸 버틴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살아낸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그 둘의 경계를 모른다.
다만, 이렇게 하루를 견뎌내는 것도
내 몫의 용기였으면 좋겠다.
오늘의 하늘은 잿빛이고
내일의 하늘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
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어루만지며.
우산 없이 젖는 날도 있었고,
제때 피하지 못해 흠뻑 젖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 마르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