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언젠가 비는 그친 적이 있었다.

by 잎새달 이레

늘 그랬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서도 언젠가 해는 잠깐쯤 얼굴을 비췄고,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어느 순간 구름은 조용히 물러났다.


희망이란 게 그런 식이었다.

아예 없지도 않았고, 오래 머물지도 않았다.


삶의 의지는 늘 손에서 빠져나가는 물 같아서

어느 순간 그럭저럭 살아볼 만하다 싶으면

불현듯 사라지고는 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

사라지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대단히 놀랍지도 않고,

그저 원래 그런 것처럼.

내 인생도 날씨를 닮아

예측할 수 없고, 오래 머물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겐 맑은 하늘이 기쁨일 테지만

나에겐 오히려 그 맑음이 어딘가 불편했다.

어디선가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예감이,

늘 나를 불안하게 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종종 햇살이 눈부신 날에도

커튼을 치고 눕는다.

슬픈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기쁜 것도 아닌 마음으로

조용히 웅크려 있는 날들이 있다.


어쩌면 사는 건 그런 것 아닐까.

기대하지 않기로 다짐하면서도

어느 결에선가 다시 바라게 되는 일.

금방 또 흐려질 걸 알면서도

한 줄기 빛을 찾게 되는 일.


누군가는 그걸 버틴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살아낸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그 둘의 경계를 모른다.

다만, 이렇게 하루를 견뎌내는 것도

내 몫의 용기였으면 좋겠다.


오늘의 하늘은 잿빛이고

내일의 하늘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다.

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로

스스로를 어루만지며.


우산 없이 젖는 날도 있었고,

제때 피하지 못해 흠뻑 젖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 마르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0화나는 무엇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