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마음이
입을 다문 돌 같다.
겉으론 제 모양을 유지하고 있어도
안쪽은 조금씩, 조용히
금이 간다.
무너지는 건 순간인데
그전까지는 아무 일 없는 듯
잘 지내야 한다는 게
참 이상한 일이다.
웃고, 맞장구치고,
밥을 씹으면서도
어딘가 안쪽에서는
하나둘씩 꺼지고 있는 기척을
나는 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나도, 그렇게 망가졌던 날들이 있어서.
예전에는
나이를 먹으면 조금은 익숙해지고
이런 마음들도
시간이라는 약에 묽게 희석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음은,
나이와는 별개의 시간으로 흐르더라.
어떤 마음은 오래된 물웅덩이처럼
계절이 바뀌어도 마르지 않았고
어떤 마음은 아침마다 다시 젖어 있었다.
이제는 그냥
그런 마음을 데리고 하루를 걷는다.
조금 축축하고,
조금 무겁고,
그래도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무언가를 믿으며
걸어간다.
당신도 그럴지도.
별말 없이 하루를 감당하고,
가끔은 문득,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가도
어느새 또 그날을 넘기고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 모두
어느 날의 마음쯤은 숨긴 채
그저 견디는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걸.
그래서 다만,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를
나무 아래 놓인 그림자처럼
가만히 생각해 본다.
모양은 달라도
서로를 닮은 어둠을 품고 있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