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인데
마음은 이상하게 차가웠다.
식은 국물처럼,
미지근한 체념이 가슴팍에 들러붙었다.
문득 불어온 생각 하나가
낮게 깔린 그림자처럼
온종일 머릿속을 기어 다녔다.
지워지지 않는 말,
되묻지도 못한 표정,
내가 삼킨 수많은 순간들이
머릿속에 엎질러졌다.
가만히 골몰하다 보니
벌써 해가 떠 있었다.
여름의 아침은 유난히 빠르게 밝아진다.
창밖이 서서히 환해질수록
내 마음은 더 깊은 쪽으로 내려갔다.
그 밝음이,
어쩐지 나를 더 어둡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낮보다는 밤에,
햇빛보다는 그림자에
몸을 기대는 편이 더 익숙해졌다.
누군가는 여름을 사랑한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이 계절이 두렵다.
햇살이 너무 뜨겁고,
사람들이 너무 밝고,
그 모든 환함이 내 마음을 더 선명하게 비추기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하루를 지나간다.
차가운 마음이란,
무언가에 미처 식지 못한 감정이
오래 남아 있을 때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뜨겁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상태.
그저 덜 식은 채 남아 있는 마음 하나를
이 여름 내내
나는 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