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요, 나는 요즘 무엇이 그리 무서운 걸까요.
가진 게 많아질수록 두려움도 함께 자라난다지만,
내가 가진 것들이란 게 과연 두려움에 값할 만큼인가 싶기도 하면서,
그래도 잃을 게 있다는 감각이 나를 주저앉히곤 합니다.
사소한 것들, 이전과는 조금 다른 온기와 풍경들이
내가 어쩌다 더 나은 자리에 와 있음을 알려주는데,
그럴수록 두려움은 더 깊은 곳에서 올라옵니다.
다른 누군가의 오랜 노력 위에 가히 내가 서 있는 듯한 미안함,
문득문득 아려오는 마음이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내립니다.
나는 사실, ‘열심히 살았다’고 하기엔
안일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무거운 마음에 제자리에 주저앉은 채
오랜 시간 맴돌기만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제는, 더는 나를 몰아세우기보다
어쩌면 처음으로 나 자신을 품어보려 합니다.
바빠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고단해서인지
나는 참 오래 떠돌았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골몰해 있는 나를 만납니다.
지나온 수많은 순간들,
그 안에 담기지도 못한 감정들,
모두 다 흘러가버렸고,
그게 다행인지, 아쉬움인지는 이제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어쨌든 나는 지금 여기 있고,
무엇이든 되어버렸으니까요.
그저 남은 재만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에,
어떻게든 지나온 아린 시간들을 무디게 통과하다 보면
나는 또 다른 모양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그냥 그렇게.
시간은 언제나 태연하게 흐르고,
나는 그 안에서 나름대로 의연해지고,
무심한 듯 스스로를 흘려보냅니다.
너무 멀리 바라보지도 않고,
너무 깊이 들여다보지도 않으며
그저 오늘의 속도로, 오늘의 마음으로 걸어갑니다.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일지라도
가지런히 걸어가 보려 합니다.
더는 무엇을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기로 했습니다.
무언가를 붙잡으려 할수록 손안에 남는 건
공허한 숨결뿐이라는 걸 너무 많이 배워버렸으니까요.
그렇게 견뎌낼 만큼의 마음도, 시간도
이젠 넉넉지 않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어디쯤 선가,
어떤 모양이든,
조금은 더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