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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정적에 머무르며

by 잎새달 이레

요즘은 해가 꽤나 쉽게 떠오른다.
기껏 밤을 버텨냈다고 안도할 즈음,
벌써 창밖은 새벽을 몰고 와
내 마음보다 먼저 환하다.


이따금, 잠들지 못한 밤을
하루처럼 착각할 만큼 깨어 있다.
어떤 날은 4시 즈음부터 하늘이 맑아지고,
내 머릿속은 아직도 어지럽고 눅진하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조깅을 나가고,
누군가는 도시락을 챙기며
생계라는 전장으로 출근한다.


나는 그저, 누워있다.
눈은 감지 못하고, 마음은 젖은 채로.
밝아오는 하늘 아래
나는 어김없이 밤이라는 터널을 통과 중이다.


어떤 날은
일찍 나서는 그들이 잠이 아쉬워 보이고,
어떤 날은
그들을 부러워하다가
문득 나 자신이 아쉽다.


능력도, 감정도,
그 어떤 감정선도 어딘가 흐릿한 사람.
무언가가 될 듯 말 듯,
마음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사람.


가장 뚜렷한 건
나를 향한 미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날에는 가만히
“나라도 나를 미워하지 말 걸”
그런 생각을 한다.
나만큼 나를 붙잡아줄 사람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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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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