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이따금 아주 조용히, 문득 머리를 들이밉니다.
밥도 먹었고, 대화를 나누었고, 창문을 열어 환기도 했는데
삶이 오늘따라 너무 힘겹습니다.
예전에는 고통이 날카로워
몸을 웅크리며 울던 밤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에너지조차 없습니다.
죽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뚜렷이 살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무게입니다.
생이라는 것,
견디는 것,
나를 안고 하루를 통과하는 일이.
이렇게 무력하게 글을 쓰는 것도
어떻게든 이 시간을 건너보려는 버둥거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기력이라는 것은,
말끝을 흐리게 하고,
하루의 윤곽을 뿌옇게 하고,
계절의 흐름마저 놓치게 합니다.
그러다 문득 달력이 바뀌고
숫자만 바뀐 나를 보며 겁이 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다 살아내 버린 사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던 날들이
나를 얼마나 부서지게 했는지,
이제는 조용히 인정하려고 합니다.
나,
그저 잘 쉬고 싶었던 거였구나.
나를 지켜내느라,
너무 오래 서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