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친구가 전부였던 학창 시절
한 번도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자신감도, 존재감도 없는 학생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만큼 활발해서 친구들도 많았고, 동네 어르신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타인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중학생 시절부터는 공부를 못했던 나에게 돌아올 기대감의 몫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타인의 관심에서 멀어지니 자연스레 혼자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유일한 행복이라곤 친했던 몇 명의 친구들과 모여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방학 기간이 되면 집에 틀어 박혀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을 불러내 PC방이나 오락실에서 하루종일 게임을 하며 보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부모님이 개인 사업으로 항상 바쁘셔서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많았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도 공부를 강요하거나 미래를 고민해 보라는 말씀을 따로 하지 않으셨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대한 흥미가 없었던 탓인지 살면서 읽었던 책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고 시험기간에 따로 시간을 내어 시험공부를 하지도 않았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공부나 미래에 대한 얘기보다는 편의점에 새로 들어온 간식 얘기나 신규 출시 된 게임얘기에 온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아무런 준비 없이 고등학교 입학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중학교 3학년때의 학습 수준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당시 성적으로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고 해도 최하위권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문계로 진학을 할지 실업계로 진학을 할지 부모님과 논의해 보라고 하셨다.
부모님께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전달드렸더니 적잖은 충격을 받으신 듯했다.
성적이 안 좋다는 것은 알고 계셨지만 정확히 학교에서 몇 등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셨던 것이다.
그날 태어나 처음으로 성적과 진로에 대해 부모님과의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긴 논의 끝에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정하였다.
그렇게, 게임과 친구가 전부였던 나의 중학생 시절은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