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8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지 않을 땐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냈지? 벌써 기억 나지 않는다. 종일 속이 울렁거리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을 한다. 계속해서 생각한다. 인간은 어차피 죽는데 왜 매일을 발버둥쳐야 해? 답을 내지 못할 질문이다. 오늘은 일자리 제의를 받았다. 이번 계약이 끝나고 바로 넘어가면 되는 계약직 자리인데...... 미래가 생기려 하자 더 죽고 싶어졌다. 삶이 이어진다는 게 끔찍하다. 계약 끝나면 죽어야지 생각한 것도 아닌데. 실업급여 받고 좀 쉬려고 했는데. 쉬는 동안엔 또 뭐 할 건데? 뭐라도 해야 할 텐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루하루 시간 죽이기는 쉽지. 그런데 그렇게 살면 더 우울할 걸 알아. 그럼 하고 싶은 게 뭔데? 글쎄...... 난 요즘 학창시절이 아쉽다. 하지만 돌아가면 똑같이 살겠지. 사람 많은 곳은 싫고, 시끄러운 곳도 싫고, 사람 대하는 데 미숙하고, 경계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 경계하고 풀어지지 말아야 할 곳에서 풀어질 것이다. 사는 게 재미없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비슷한 말에 상처받았던 사람을 떠올린다. 재미가 없으면 없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 될 텐데 어떤 브레이크가 자꾸 그걸 금기어로 만든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모르는 죄인이 된다.
의식적으로 이런저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도입부에서 나가떨어지면 안 된다. 글도 유기물이라 길어지다 보면 정이 붙는다. 하는 것도 없는데 자꾸 지치는 나는 꾀병을 부리고 있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과 그게 가능하느냐는, 나는 아마 평생 이렇게 죽고 싶어 하며 살 거라는 생각이 번갈아 나를 찌른다. 어느 쪽도 아프다. 잘 살고 싶은데 잘 사는 게 뭐지? 사람들은 하루하루 재미가 있을까. 문득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난다. 학원 선생님이 그랬다. 어른 되면 괜찮을 것 같지. 나이 먹을수록 더 죽고 싶어져. 그 말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한다. 나는 도전을 하지도, 도전을 하려 들지도 않는 사람으로 자랐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욕망하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괴로운 게 아닐까. 나의 욕망은 무엇인지를 자주 생각해 본다. 나는 아프지 않고 싶다. 몸이든 마음이든. 근데 나는 너무 아파. 숨 쉴 때마다 괴로워. 죽는 게 무서운 만큼, 죽고 싶다. 하지만 죽음이란 건 너무 많은 결심을 해야 해. 나의 공백으로 피해 입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 그러려면 백수여야 하고, 짐을 처리할 사람을 위해서 미리 정리해 둬야 하고, 그럼 생각도 못 하고 있던 인물들의 이름이 튀어나올 것 같다. 마음의 조각들은 특정한 시간의 발자취에 박혀 이물질처럼 끼어 있다. 그걸 다 돌아보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의 욕망 중 하나를 알 것 같다. 나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꾸준히 나를 사랑할 것. 왜냐하면 나는 그러니까. 이젠 그냥 남인 사이들도 여전히 사랑하니까. 이러나저러나 나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었다. 요즘은 뭘 사랑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는 상상을 종종 한다. 그게 아니라면...... 나를 아는 모두가 나와 화해하는 상상을 하겠지. 싸운 적이 없으니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각각의 사람들와 마주앉아 웃고 떠들고 싶다.
오늘 이 글은, 이러다 곧 죽을 것 같다는 공포감을 떨쳐내려고 쓴 글이다. 이른 잠을 자다가 깼고 눈 뜨는 순간 심장이 규격 외의 속도로 뛰었다. 머지않아 공황이 재발할 것이다. 약을 먹으면 다시 편해질까. 잘 모르겠다. 그거 먹으면 안 아픈데 사람들은 다 그 약 먹는 걸 싫어한다. 진정으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없다. 당신들이 좀 더 내게 예의 있었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내 평온을 빌어 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