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37
아이의 꿈은 때때로 부모의 잊힌 꿈까지 다시 깨워낸다
요즘 준이는 하늘과 바다와 사랑에 빠졌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우주까지 가보고 싶고 귀상어와 까치상어를 만나러 해저 탐험을 떠나고 싶은 아이.
엄마 눈에는 전반적으로 부족함 투성이 이지만, 자고로 꿈은 크게 갖는 법이다. 준이의 현재진행형 꿈은 "우주비행사"이다. 물론 언제고 바뀔 수 있고 단지 지금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던 어느 겨울밤, 우리는 함께 아파트 앞 놀이터를 지나고 있었다. 바닥의 물기마저 금세 얼어붙는 찬 공기 속에서, 준이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엄마, 저 별… 우주선을 타고 가서 가까이서 보고 싶어.”
그 말투는 장난이 아닌,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아이만의 천진난만한 빛이 있었다.
그러더니 며칠 전 과학관 야간 체험에서 토성과 목성을 본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망원경 너머로 보았던 그 희미한 고리, 행성의 색, 준이의 외마디 감탄이 고스란히 되살아왔다. 경험이 꿈과 연결되는 순간, 그때의 감격이 아이의 마음에서 다시 피어올랐다는 사실이 엄마로서는 말로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준이는 귀상어를 보고 싶다며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 얘는 왜 이렇게 생겼어? 눈이 옆에 붙어있어!”
그 말투에는 호기심, 놀람, 발견의 기쁨이 뒤섞여 있었다.
한때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것조차 어려웠던 아이가, 이제는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보고 묻는다는 사실이 엄마에게는 놀라운 변화로 다가왔다. 이 작은 자발성이 얼마나 큰 성장인지, 그 무게를 아는 사람은 아마 엄마뿐일 것이다.
물론 여전히 준이에게는 불안이 남아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면 망설이고, 시작을 앞두고 금세 주춤하는 모습도 있다. 낯선 환경에서는 긴장이 앞서 몸이 굳어버리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이라도 내딛으면, 반드시 배워내고 결국은 자신만의 속도로 길을 찾아가는 아이였다. 부족함이 아니라, 가능성이 확장되는 중간 단계일 뿐임을 엄마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아이의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바뀐다는 사실 자체가 건강한 성장이라는 것을 엄마는 이제는 알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늘 현실적인 선택만을 고민해 온 엄마와는 다르게, 준이는 언제나 상상력의 가장 먼 지점을 가리킨다. 이 대비가 오히려 집안의 공기를 가볍게 흔들어 놓고, 엄마에게도 잊고 지낸 용기를 불어넣는다.
엄마도 어릴 적엔 잠시나마 크고 원대한 그 무엇을 꿈꿨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성장하며 현실을 선택했고, 그러는 사이 ‘꿈’이라는 단어를 마음 한편에 접어두었다. 그런데 아이가 다시 그 단어를 꺼내 올리며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잊혔던 꿈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작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결국 준이 "덕분"이다.
“그래, 너의 꿈을 지켜보는 동안, 엄마도 다시 자란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든다.
높고 먼 곳을 향해 꾸준히 고개를 드는 너를 보며, 엄마는 오늘도 작은 희망을 품는다.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잘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하고자 한다면 길은 반드시 생긴다. 닫혀 있던 문도 어느 날 불현듯 열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준아.
계속해서 바라보고, 의심 없이 움직여 보아라.
엄마는 네가 향하는 모든 첫걸음을 믿는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의 높이만큼, 너의 내일도 멀리 이어지길. 엄마는 언제나 그 길의 첫 불빛이 되어 함께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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