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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하 SEONGHA Sep 08. 2024

첫사랑

첫사랑은 감기와 같다.

이번 짝사랑이 성숙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첫사랑 = 건강한 사랑을 위한 감기


"혼동으로 시작한 사랑"

연애를 늦게 시작했어요. 22살 나의 첫 연애, 나를 생기롭게 합니다. 내 인생에 긴 새벽이 끝나고 아침이 밝은 것입니다.

세상이 선명해지고, 색채가 화려해졌죠.


그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진 거라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시기상 그 시절 즈음에 가치관이 생겨나고, 세상을 바라보고, 품게 된 것이지. 타인이 행복함을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기상 겹치는 그 만남이,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행복한 것"이라 세뇌합니다.


사랑을 혼동합니다.


"세상이 선명해진 것은, 세상에 대한 사랑이다."

가치관이 생기고,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은 길이라 생각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고, 변함없이 그대로 있기를, 내가 그 세상을 자세히보고, 오래 보아서, 알 수 있도록, 부디 멸망하지 않고 그대로 있기를 바랐습니다. 자발적인 나의 움직임에 세상이 변할 수도 있음을 설렘으로 느꼈어요.


그런 설렘이 있었어요. 그 설렘 있는 시기에 첫 연애를 시작했어요.



“흔들 다리 효과. 위기 상황에서 함께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심리 현상”


우연히 겹치는 시기에 시작한 연애는, 세상에 대한 설렘이 자신으로부터 기원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어요.


그는 "연애함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웠죠. 들숨에 차가움을 설렘으로 느끼고, 날숨에 따뜻한 숨결로,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낍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고, 지금 가진 것을 무기 삼아서 싸울 감투도 있었어요. 나에게는 동반자가 있었고, 생각을 말하며 용감해집니다.

쿵쿵 뛰는 가슴 둘이, 공진하여 세상을 더 사랑하게 만든 것이 틀림없죠.


허나, 첫 연애가 그러하듯 아무렇지 않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끝나버렸어요. 역동적인 진동은 절반이 되었죠.


그럼에도 세상을 사랑했것만, 이전 같이 않은 삶은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일출이 지나고 정오가 되었건만, 더 밝아야 할 세상을 알아보지 못한 나는 일출의 눈부심을 쫒았습니다.


시간을 느끼는 가슴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먹은 가슴이 되었습니다.


멈춰진 시계를 돌리려

연애를, 여인을, 이성을,

허상을 쫒습니다.


"나를 사랑했던 것인가, 그녀를 사랑했던 것인가"


연애는 나 스스로를 보게 만듭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게 합니다. 그녀에게 보여줄 나를 꾸미고, 그녀에게 보여줄 풍경을 내가 보고, 그녀에게 먹여줄 음식을 나도 먹습니다. 나를 사랑했던 것인가, 그녀를 사랑했는가.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꿈처럼 희미해져요.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연애를 쉬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허나, 그때는 허상을 쫒았습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라는 조언은 "오호라, 아주 일리가 있는 말이군" 찬사가 나오는 진리였죠.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또다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어렵지 않았어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허락만 해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죠.



"빈 껍데기들에서"

거쳐간다. 그들은 버릴 것을 버리고, 가져갈 것을 훔쳐가고, 나도 가져오고, 버리고 떠나간다.

나를 속이고, 꾸미고, 버리면서 맞춘다. 그녀들도 나를 속이고, 꾸미고, 버리면서 맞춰간다.


더러워진 나는, 자꾸만 허상을 쫒는 옥시토신 중독이었어요. 중독자의 끝이 그러하듯, 저 또한 비참해졌습니다. 얻은 만큼 잃습니다. 저녁이 되었고, 세상은 다시 어둠에 잠식되어 갑니다.

마침내, 사랑할 자격이 없는 내가 싫다고 느껴졌어요.



"정말 사랑했는가"


사랑하지 않지는 않았어요. 다만, 꽃을 보고, 나비를 보고, 카페라테를 자주 먹듯이 사랑했습니다.

애정했어요.

사랑한다는 말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얼마만큼 사랑하느냐는 질문은 어려웠죠.


자주보고 싶지는 않았고, 밥은 먹었는지 궁금하지 않고, 무슨 생각하는지 알빠인가.

그래서, 자격 미달입니다. 사랑의 무게감이 다릅니다. 내 사랑은 옅은 것이었죠.


오래 보지 못하고, 자세히 보지도 않았죠.


"정말 사랑하는가. 정말로 사랑하는 건 뭐지? 또 어떤 자격 요건이 필요한 것이지? 내가 뭘 또 해야 하는 거지? 그냥 사랑하여 사랑하면 안 되는 것인가."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것이었죠.

세상으로부터 비난받는 듯했습니다. 너의 사랑은 더러운 것이라고, 잘못된 것이라고 말이죠.

저의 반론은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3가지입니다.


 “플라토닉, 에로스, 애정”입니다. 하지만, 오해가 있었어요.

“플라토닉은 무성애랑은 다르”며, “에로스는 이성애와 다르“고, ”애정은 온정적 태도이다."

 지금은 알고, 그때는 몰랐죠. 그 차이에 과몰입하는 것이 실수였습니다.  


동시, 여러 여인을 사랑했던 적도 있고요. 상대를 가볍게 여겨서, 금방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 대가를 매번 치렀고, 아픔은 오로지 저의 것이 되었죠.


그들은 철저히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나만이 간직하는 아픔으로 끝내기를, 어딘가 덜 받은 사랑의 원인을 알지 못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장 난 시계는 틱틱거릴 뿐, 여전히 멈춰있네요.


"자격 미달, 지원불가"


다행히도 자기 객관화는 되는 듯합니다. 스스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그래도, 바람직한 쓰레기인 듯하다." 스스로 위로를 보내요.


잘못 알아버린 사랑의 사용법을 고민하며, 3가지 사랑을 동시에 줄 수 있을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허나, 그런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고, 또 서툴게 시작해 버렸죠.



“사랑은 어떻게 배우는가”


그럼에도, 지격 미달임을 알았기에, 지극히 조심스레 시작하려 했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해서 시작했다는 점이 달랐죠. 정말 노력했습니다. 지극정성, 바람직한 남자친구를 고민하며 솔직하려 노력하고, 이해해 보려고 시도했죠.


자세히 보려고 했습니다. 오래 보려고 했습니다.


다행히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한없이 솔직하고, 순수했던 그 사람은, 저를 구원했습니다.

새벽을 기다려 주었죠. 처음으로 사계절을 한 사람과 보내었어요.



사랑하면 닮는다. "오래 보았고, 기다려주었고, 자세히 보려 했던 사람을 사랑했“기에, 배웠어요.


결국, 연인을 사랑해야 하는 겁니다. 너를 더 사랑하기 위해, 나를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사랑할 자격이 있다면, 이런 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시작할 순 없겠지만, 또 이렇게 서투를 필요는 없었을 텐데. 늦게 시작한 것은, 그만한 책임도 따르는 듯하네요.


미숙했던 사랑이, 감기처럼 느껴집니다. 부디,

이제 남이 된 그녀가, 잘 지냈으면 좋겠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것. 그런 것이기에, 너무 아프지 않기를, 다만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저의 사랑은 이성에게만 묶이지 않는 것이 되었어요.

"세상이 선명한 것은, 세상에 대한 사랑입니다."


작가를 사랑할 건에 대해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려 합니다.


"시계가 다시 움직입니다. 가슴이 쿵쿵 뜁니다."



"세상이 선명해진 것은, 세상에 대한 사랑이다."


'선명해진 건'에 대해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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