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하 SEONGHA Aug 16. 2024

기. 존. 쎄 되는 법

나를 지키면서도, 지는 법

'시작하며'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에게 어떠한 요구하지 않습니다. 운동을 권하지도 않고요. 자기 개발서 같은 행동을 실천하기를 바라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지면서 살고 있을 당신에게, 사실은 당신이 이긴 거라고, 마음속 깊은 메시지 하나 전달하고 싶은 욕심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저는 감정 조절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밖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혼자서 속으로 삭이는 게 정답일까요?


안 좋은 감정을, 혼자 간직해 본 적도 있습니다. 외롭고 비참하기가 그지없어요. 또 그런 감정을 모조리 토해내어 말한 적도 있지요. 나에게 솔직한 기분이고 감정이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금 겁이 납니다. 상처받았을 상대를 생각하니, 그 또한, 고통스러웠지요. 사과를 받더라도 풀리는 가 싶더니, 그 순간뿐이었습니다.


보이는 모습도 중요한 사회생활, 정답이 있을까요? 각자의 정답은 있을 겁니다. 저에게 정답은 '기, 존, 쎄'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기존쎄로 사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본격적으로'


이 글의 시작은 "지고 있는 당신이 사실은 이긴 거야"라는 말이었습니다. 항상, 이기고 살고 계신다면, 이 말은 필요 없는 말 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도 동감입니다. 가능하다면 저도 항상 이기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관계를 위해서, 준법을 위해서, 직장생활을 위해서,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져야 하는 상황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져야만 하는 상황에, 져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 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제가 이 글을 씁니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지셔도 괜찮습니다, 그게 이기는 거니까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글을 쓰는가? 많이 당하고 살았나?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상당히 많이 이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을 왜 쓰고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이겼는데 졌기 때문입니다.


지는 상황의 반대를 생각해 봅시다. "내가 한수 접는다 그래". 이런 상황의 반대말이요. 운전을 하다가 답답한 앞차를 보고 순간 화나 나서 클락션을 울립니다. 쌩 지나치고는 후회합니다. 사이드 미러로 지나친 상황을 지켜보니, 곤란한 상황의 상대방에게 너무 했나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상황도 있습니다. 상대가 나와 붙이지고 그냥 지나갑니다. 사과도 없이 지나치는 상대를 붙잡아서는 따집니다. 내가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내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 말이죠. 억울한 게 많은 건지 화를 내고 싶은 건지 흥분합니다. 상대에게서, 상황의 설명과 미안하다는 사과가 돌아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또 이해가 됩니다. 오히려, 무례했던 내가 싫어집니다.


데이터가 쌓이고,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이따금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또 실수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 두기로 했지요.


그 장치에 대해서 소개하는 게, 이 글의 내용입니다. 이 장치를 잘 이용한다면, 당신도 기존쎄가 되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기존쎄가 뭔데?'


기존쎄가 뭘까요? '착한데 자기 멘털을 잘 잡는 사람', '상대방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자신의 의사표현을 야무지게 하는 사람'. 뭐 그런 거라고 네이버에 나오네요.


저에게 기. 존. 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가끔 보입니다. 무례했을 텐데, 웃고 있습니다. 웃고 있는 미소 뒤, 아득한 심연에서 어둠이 옆 보이지만, 그럼에도 웃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또 다른 미소도 있습니다. 해맑은 미소 뒤편으로 태양과 같은 따뜻함이 비쳐 보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고등학교 단임선생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몰랐죠. 이유도 없이 그 선생님을 좋아했습니다. 커서 보니까, '이런 거 아니었을까?'라는 추측뿐입니다. (지금은, 70대 할아버지이십니다)



'생각의 전환이 된 계기'


유튜브를 보다가 재미있는 쇼츠를 봤습니다. '역량과 따뜻함은 각각 인지된 지위와 경쟁에서 따른다.' "A model of stereotype content: competence and warmth respectively follow from perceived status and competition"이라는 논문을 보고 공유재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지능이 높은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이 영상을 보고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한 장치로써, 친절함과 지능에 대한 상관관계를 고민하고 추론한다면,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저의 고찰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점은 영상과 같았습니다. (불친절, 냉담함, 따뜻함, 친절) 태도를

 '본인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인식하는가''경쟁이 필요한가'로 나눠본 것이지요.


정리한 글을 그대로 가져오겠습니다. 지루한 글일 테니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1.     친절함
높은 능력과 동시 따뜻함을 가진 태도이다. 경쟁의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경계를 하지 않게 된다. 동시에 높은 따뜻함으로 품격을 더하여, 온화하며 추구해야 하는 태도이다.

2.     따뜻함
낮은 능력과 따뜻함으로 비록 나의 능력이 낮지만, 능력에 대한 상대와 경쟁의 필요가 없는 경우에 능력이 상대보다 낮더라도 따뜻함이 있어. 상대에게 친절이라는 이미지를 남기기에 충분하다. 노인과 같은 따뜻함이다.

3.     냉담함
높은 능력과 차가움으로 능력의 우월함이 표현되지만, 경쟁의 필요성에 의하여, 다소 양보가 어렵고 경계되는 상황의 태도이다. 이 경우 유대인처럼 적대감을 만들기도 하여, 상대에게 불필요한 경계심이 들게 할 수 있으나 상황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다.

4.     불친절
낮은 능력과 차가움. 열등감으로 경쟁의 필요가 없음에도 경쟁하려는 모습이다. 경계해야 하는 태도이다. 어쩌면 불친절뿐만 아니라 무례함이라고 생각되며 전여 이득 볼 것이 없는 태도로 아무리 정당한 사유라도 인간 품격을 낮춘다.

이를 통해서, '상대적인 능력'과 '따뜻함과 차가움의 온도'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식의 재형성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가져와 보자.

'차가움 재인식'
상대를 경쟁상대로 인지하여 따뜻함이 약점이 될까 경계하는 태도이다. 무례하지 않은 사람은 상대를 경쟁상대로 인지하지 않는다. 기싸움으로 얻을 게 없는 상황. 즉, 협상의 상황을 예외로 하여 불필요한 공세를 펼칠 필요 없음을 인지하면 된다.

'상대적인 능력이 낮다는 인식'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륙한 이후 인류는 다양한 시행착오 후 현생 문명을 이룩하였다. 시공간의 배경을 공유한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의 존재로 인해 비교대상이 되고, 선과 악, 부와 빈의 기준이 됨으로써 상대를 경계함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없다면 모든 것이 무질서하고 가치를 잃게 됨으로, 사회구성원을 소중히 함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지능(메타인지)이 높은 사람은 세상을 잘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사회구성원 간의 공유재산을 소중히 여기고, 상대를 소중히 여김으로 행실 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의 경우, 능력이 높은 사람으로 재인식할 수 있다.

'결론'
사회를 함께 이루는 구성원에 따뜻함을 베풀고 불필요한 공세를 접음으로써 선의 대인배 마음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물에 예를 차려 소중히 여김을 보여야 한다. 혹여나 불친절함을 목격하여도 유대인과 같은 높은 능력, 낮은 따뜻함으로 냉소적인 태도를 띠여 삼간다면 올바른 대처일 것이다.

상대의 상황을 잘 공감하고, 이를 보듬어 주는 것, 또한, 메타인지가 높은 것이다.

따듯함을 추구하고, 열등감을 느끼지 않음으로 주변인에게 친절하고 불친절을 만나더라도 냉소해질 뿐이다. 따뜻함을 추구하여 품격을 더하고, 가끔 차가움으로 무례함에 휘둘리지 않음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한 행실일 것이다.

여기까지가, 저의 친절함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기존쎄가 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왜 친절해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은 어떻게 항상 친절한 것인가? 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죠.


그 고민은 스스로에게 엄격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생각보다 너그럽게 허용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느꼈거든요.


방법은? 스스로를 멀리서 보고, 타인을 가까이에서 보는 겁니다. 니체의 격언이게도 해요.


무례한 게 뭔지 알게 되었어요. 최소한 내가 취했던 행동들이 어떤 방어기제인지 알게 된 것도요. 알고 나니까, 부끄러웠습니다. 잘한 순간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엄하게 꾸짖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어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려 해요. 그래요, 한없이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려고요.


상대를 지레짐작하지 않고요. 있는 그대로 바라봅니다. 저 사람이 오늘 기분이 안 좋구나.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뭐. 그렇게 넘어가면, 또 다른 날에는 좋은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정답이었구나, 생각이 들어요.


운전 중에도 그렇습니다. 클락션을 울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넘어가 봅니다. 고맙다고 깜빡이가 들어오네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결국, 저에게 기존쎄가 되는 방법은, 스스로를 멀리서 보고, 타인을 가까이에서 보려 한 노력이에요. 나에게는 한없이 엄격하고, 상대에게는 그럴 수도 있다고 너그럽게 넘어가는 태도요.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됩니다. 무례했을 텐데, 웃고 넘어간 순간들. 해맑은 미소 뒤편으로 태양과 같은 따뜻함이 비쳐 보인, 제가 존경하는 단임선생님의 모습이요. 존경이 더 커져버렸습니다.




깊게 쉼 호흡을 해보세요. 이제 거의 끝났습니다. 벌써, 마지막 페이지네요.


지금까지 기존쎄가 되기 위해서, 그런 사람을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뜬금없이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에게 엄격하자는 말을 하네요? 네 맞아요. 이 둘은 같은 겁니다.


그럼 친절하면, 기존쎄인 건가요? 아니요, 조금 다릅니다.

마음까지 따뜻한 사람이 기존쎄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깊이 따뜻한 사람은 당연 기존쎄가 될 수바 께요.


생각이 다른가요? 잘못된 건 아닙니다. 그저 저에게는 이게 정답인 거죠. 당신의 방법도 정답일 겁니다.



'양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혹은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면 이따금 양보한 순간이 많지 않나요?

이번에는 제가 살게요. 그래 다음에 이야기하자. 다음에 또 봐. 고마워요. 그래도 수고했어요.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해결했어. 기다려줘서 고마워.

 

그 양보가 대게는 긍정적으로 많이 돌아옵니다. 반대의 경우에도, 그래도 양보했으니까 마음 한편은 편안한가요? 정말 잘하고 계신 겁니다. 수고했다고 제가 알아봐 드릴게요! 대단한 거예요!


그래서? 기존쎄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비굴한 기분일 때, 저를 기억하시면 돼요. 아니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셔도 됩니다. 누군가는 진 거 같은 당신이, 사실은 이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미 당신은 기존쎄로 살고 계신걸요. 유지만 하셔도 성공입니다.


갑작스러운 칭찬을 받아서 이상하실 겁니다. 사실, 이 글의 시작은요.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서예요. 최근에 비슷한 사람을 만났거든요. 잠깐 스쳐가듯 짧게 만난 사람이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함과 고독함을 느꼈어요.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은 것만 같았어요. 그런 마음을, 위로받은 마음을 더 넓은 곳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이 글을 썼어요. 혼자 간직하기 아까운 위로였거든요.


이제 저도 여러분을 위로합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 당신


당신을 위한 글이에요. 지금까지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으로 살고 계신 거였군요. 마음이 참 따뜻하시네요.





'끝으로 시 한 편'

끝으로 시 한 편 남길게요. 제가 쓴 건 아니고요! 나태주 작가님이시네요.

아끼지 마세요

좋은 건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 옷 되지요

마음 또한 이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람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 한 듯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은이 나주태

이 시를 보고, 오늘 누군가한테 칭찬 한마디 하셨다면요. 제 전략은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군요.


우리 치열한 세상 속에서, 마음까지 치열하진 말아요. 가끔은 하늘도 보고요. 달님도 감상해 보아요.


August, 15, 2024

작가의 이전글 운동에 대해서, 동생에게 하는 조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