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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들아빠 Aug 12. 2024

아빠가 육아를 한다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 466일(15개월 7일)

아빠가 육아를 한다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여느 엄마들처럼 육아가 힘들지만 재밌다.

나날이 커가는 아들을 보면 뿌듯하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세끼 직접 밥을 한다.

덕분에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목욕을 안 한 적이 없다.

똥을 싸도 기저귀를 1분 이상 방치한 적도 없다.

요즘은 아이가 뛰기 시작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기 전에 산책을 다녀오고 해질 무렵 또 산책을 나간다.

도저히 못 걷겠다 할 때까지 나가서 놀다 온다.

덕분에 밥을 잘 먹는다.

유모차에 태워 산책한 적도 없다.

걷지 못할 때는 아기띠를 하거나 안고 다녔고 걷기 시작해서도 여전히 안고 다닌다.

우리 아들은 해 떨어지면 잔다.

그래서 요즘은 해 떨어지고 20-21시 사이에 잔다.

아침에는 8시에 일어난다.

12시간 잔다.

낮잠도 보통 12-14시 동안 잔다.


나름대로 열심히 육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참..

마음은 편치 않다.

남자가 집에서 육아를 한다는 게 왠지 모르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데리고 밖을 나가면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든다.


놀이터에 가도 공원에 가도 항상 엄마들만 있다.

그곳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게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이는 낯가림이 심하지 않으나 아빠가 낯을 가리고 있으니..

지금 생각해 봐도 아들에게 미안하네..

엄마들도 내가 신기해 보이는지 우리 애아빠도 저렇게 애랑 놀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나는 뭔가 창피해서 그 자리를 슬쩍 피한다.

저희 집은 제가 육아를 해서 이렇게 같이 나온 거예요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다.

저는 아빠들처럼 직장생활을 안 해서 나오는 거예요라고도 말을 못 하겠다.


아빠가 육아를 한다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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