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일(15개월 23일)
육아가 힘들어도 결국 와이프 덕에 먹고 산다.
출산 후 3개월을 쉬고 아내는 바로 복직을 했다.
아내는 이 3개월 동안 몸도 마음도 힘들어 자주 울었고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싸우고 출근하는 내 마음도 편치 않았고 직장에서도 집에 있을 아내와 아이 생각에 나 역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복직이 다가올수록 아내는 기운을 차리길 넘어 기운이 넘쳤다.
몸조리를 무슨 3개월만 하냐고 더 쉬다가 복직하라고 했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복직할 수 있다며 답답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육아를 해보신 분들은 내 아내가 어떤 게 힘들었을지 짐작하실 것이다.
맞다 바로 그것이고 또 지금 내가 힘들어하는 이것이다.
이제 주양육자가 바뀌는 아내 복직날이 다가올 때쯤에 솔직히 나는 아내에게 미안했다.
나 대신 그 힘든 직장생활을 하다니..
그리고 난 편하게 집에서 애만 보면 된다니..
몇 번이고 괜찮겠냐고 되물었고 아내는 자기가 더 고생해도 괜찮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웃음이 난다.
누가 누굴 걱정한 거야..
복직한 아내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새벽 육아도 내가 다 맡았다.
나는 낮에 아이가 낮잠 잘 때 같이 자면 되니까..
살림도 내가 다 맡았다.
집에서는 편하게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직장생활이 더 힘드니깐 말이다.
그렇게 나는 진정한 안사람이 되었고 아내는 나 대신 바깥양반이 되었다.
그리고 난 주중에 육아하느라 집에서 쉬니까 주말에는 알바라도 해서 가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시간이 갈수록 아내는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쳤다.
나는 점점 예민해지고 우울해졌다.
주말에 가는 알바로 그나마 숨통이 트일 줄을 꿈에도 몰랐다.
주말 알바가 고된 업무시간이 아니라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이 될 줄이야..
아내가 주말에 알바까지 하면 힘들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나는 주중에 쉬니까 괜찮다며 조금이나마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내 목숨을 살려준 고마운 시간이 되었다.
알바지만 당연히 일은 고되다.
그런데 육아보다는 당연히 좋다.
육아를 하기 전에 나름 직장생활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난 직장생활을 하겠다.
육아가 직장생활 보다 힘들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나 역시 몰랐으니까.
그러니 복직하는 아내를 걱정했지..
본인이 맞이할 운명은 모른 채..
직장에 다니는 아빠들은 정말 모른다는 걸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알 필요가 있다.
우리 와이프도 자기가 더 열심히 일할테니까 그 당시 3개월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해본 사람만 아는 게 육아다.
그러니 아빠들이 고된 우리들의 육아 라이프를 몰라준다 해도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아빠들은 이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육아보다 직장생활이 더 낫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은 아내가 나를 더 걱정한다.
해봤으니까.
맛보기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나 역시 처음에 가졌던 마음이 점점 흐려진다.
아내에게 미안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짜증이 늘고 지쳐갔다.
그렇지만 다시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아내라고 직장생활이 힘들지 않겠는가.
누가 더 힘드냐를 따지기 전에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책임을 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말이다.
기억하자.
육아가 힘들어도 결국 와이프 덕에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