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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빈틈

by 한수남

사막 / 한수남


사방이 막막해서

사막


가도 가도 모래언덕에 발이 푹푹 빠지면

신발을 벗어 모래를 털고

차라리 맨발로 걸어가는 사막


사람을 숨겼다가

사람을 내보이는 사막


모래바람 속에서

그리운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기나긴 길


사람이 마지막 희망이라

사막


빈틈 / 한수남


저는 빈틈이 많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빈틈이 좀 있는 사람인가요?


저는 길을 걷다 잘 넘어지고요

눈이 나빠 잘 찡그리구요

손에서는 그릇도 잘 미끄러져요


실수는 실수를 불쌍히 여겨

저는 실수투성이 제가 싫지 않아요


솔솔 바람도 들어오고

한 마리 작은 새가 와서 쉬었다 갈 수 있게

저는 빈틈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당신은 빈틈이 좀 있는 사람인가요?


우리는 빈틈을 좀 보이면서 살았으면 해요

꼬옥 안고서

서로의 빈틈을 메워주면 되니까.


콘스탄틴 브랑쿠시, 입맞춤(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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