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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Sep 15. 2024

내 이름과 숫자 십

선행학습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내가 국민학교에 입학하던 그 순간을...

이름표를 달고, 손수건을 옷 속에 넣어주던 엄마의 상기된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살던 깡시골 그곳은 학교와도 아주 멀었다. 

산길을 따라 빠른 아이걸음으로 1시간 남짓 걸어야지만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앞집에도 가내수공업 공장을 하던 가족이 우리 집 이사 몇 달 뒤 이사를 왔는데

그 집에는 새침한 언니와 나와 갑장인 남자아이가 있었다.

우리 아빠와 앞집 아저씨는 오토바이로 아이세명을 번갈아 가며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서 학교에 걸어가야 했고,  가는 길이 워낙 험한 산길이라

두 집 부모님들은 저학년 아이 세명만 보내는 것을 위험하다 느끼셨던 것 같다.


이사 올때 부터 앞집에는 책이 많았었다. 종종 창문 너머로 앞집 언니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언니와는 다른 나는 앞집 동갑인 남자애랑 윗동네에 사는 오빠 언니 4~5명 정도 같이 어울려

산과 들을 활보하고 다녔었다. 

오징어 게임에 나온 비슷한 놀이들을 같이 하기도 하고 

곤충이나 산과 들에 있는 생명체를 잡으로  다니기를 반복하며 놀았다. 

정말 재미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적성에도 딱이였던것 같다.

내 주종목은 개구리, 메뚜기 특기로는 뱀 잡기였었다. 


그 동네에는 땅꾼 아저씨들도 원정을 많이 왔었는데, 어느 하루는 내가 

아저씨들 뱀 잡는 걸 유심히 보고 있으니 

한 아저씨가 뱀을 물리지 않고 잡는 법을 어린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나는 한 번에 따라 해서 아저씨가 나보고 더이상 가르칠게 없다시면서 "하산" 을 명하기도 하셨다.


그렇게 나는 한 여름이 생신이셨던 엄마에게 살아 있는 뱀을 선물하기에 이르렀다. 

어린 나는 엄마에게 뱀을 가져다 주면 좋아할 줄 알았다. 

엄마는 정말 공장이 떠나갈 만큼의 큰소리를 지르고는 제발 뱀을 풀어줘라고 나를 달래셨고 

다시는 뱀을 잡는 것을 하지 말아 달라고 약속과 당부를 하셨지만... 

나는 이상하게 뱀의 그 차가운 촉감이 좋았는지 엄마눈을 피해 한 손으로는 뱀 머리 부위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뱀의 촉감을 실컷 느끼다가 풀어주기를 반복하였었다.

수십 번 뱀을 잡았지만, 한 번도 물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도 운명의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천방지축으로 놀기만 하내가 드디어 학교를 가야 했다. 

개구리, 메뚜기, 그리고 뱀은 잘 잡지만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모르는 아이였다. 


엄마와 아빠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다. 공장에서 일을 마치시고 저녁밥을 먹은 후에 

나를 데리고 내 이름 쓰는 법을 가르치시기 시작했다. 

한글은 몰랐던 나는 2주 정도 후에 내 이름 그리기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숫자였다. 

1~10까지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카운팅을 했지만, 그다음은 정말 머릿속이 하얘졌다.

결국 엄마는 내 이름,  그리고 숫자 10까지만 가르치시고 학교를 보내야만 했다. 

엄마는 내가 학교 생활을 잘 적응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그시절 내가 제일 많이 보는 또래 아이가 동생이다 보니

나의 학습 능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많이 뒤처졌던 것 같다.

8살 나의 세상에서 보는 곳이라고는 공장, 발달 장애가 있는 동생, 일하느라 바쁜 부모님이 다였으니

학습능력이 떨어졌던 것이 오리려 정상이지 않을까?


지금의 용어로 해석하자면 엄마는 내가 경계성 지능 장애 이면 어떡하나 걱정할 정도였었다고 한다.

엄마는 동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나까지 영향을 받으니 엄마의 심정은 아마 까맣게 타서 재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 같다.


부모님의 염려로 1.2학년을 내면서 국어 바닷 쓰기는 칠 때마다 30점을 넘긴 적이 없던 나는 

촌동네를 벗어나는 3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었다.

이사를 하고 나를 학원에 보내주셨다.  

처음에는 학원이 흥미로웠지만



나는 나의 개구리와 메뚜기, 뱀을 때때로 많이 그리워했다

      이미지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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