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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곤 Sep 22. 2024

열한 번째 생각정리

 요즘 들어서 꿈을 자주 꾼다. 마치 현실 같은 꿈을 꾼다.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했는데 그 정도는 구분해서 다행이다. 요즘 들어 꾸는 꿈은 엉성하게 정품처럼 만들어진 가품과도 같다. 처음에 볼 때는 정품 같지만 진짜 정품을 보고 나면 확실히 가품임을 알 수 있는 그런 가품이다. 꿈의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 똑같이 재현되다가 거기에 일면식은 했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에는 없었던 사람이 껴서 나에 대한 말들을 내뱉는다.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해?’, ‘너는 왜 그런 말을 해?’, ‘그때는 왜 그렇게 행동한 거였어?’, ‘나는 네가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 수 없이 많은 질문들과 나에 대한 부탁들에 계속해서 변명과 이유를 늘어놓다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곤 한다. 일어나서는 내가 실제로 그 사람과 그런 대화를 했는지 메시지 기록들을 살펴보고 기억의 편린들을 살펴보다가 모든 게 꿈에서 일어난 일임을 알아채고 다시 잠에 들곤 한다. 최근 거의 한 달간 이런 꿈만 꾼 거 같다. 진짜 같은 가짜 꿈들을 말이다.

 



 가끔은 행복한 꿈을 꾸기도 한다. 내가 평소에 바라는 것은 아니더라도 이루어지면 즐겁고 행복한 꿈들을 꾸곤 한다. 꿈속에서 마냥 행복하다가도 의심을 한다.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닐까?’ 그렇게 의문을 하지만 꿈속의 나는 전혀 자각하지 못한다. 그렇게 마냥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어두컴컴하고 정돈이 약간 덜 된 내 방에서 깨어나면 지금 내가 있는 곳인 꿈인지, 아까 내가 있던 곳이 현실인지,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아까 내가 있던 곳이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의 연속에 휩쓸린다. 그렇게 연속된 생각들의 끝은 진실이고 꿈에서 행복했던 나는 이루어지지 못한 나임을 알아채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SNS의 알람을 모조리 꺼버렸다. 알람이 와도 소리나 진동이 울리지 않게 설정해 놓고 핸드폰을 뒤집어놓았다. 그렇게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어차피 날 찾는 사람도 없고, 설령 날 찾는다고 해도 1분 1초가 급하게 찾는 사람도 없다. 누구는 만나자고 신호를 보내고 좋아한다는 티도 내는데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는 것을 느끼고 나면 조금 우울해진다. 아무래도 내 성격 탓이 아닐까 싶다. 무미건조하게 일정하게 유지되는 나에게서 새로움과 설렘을 느낄 사람은 없을 거 같다. 나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안정감뿐이다.
애초에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새로움과 설렘을 느끼질 못한다. 전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거 같다. 행동이 특이한 사람을 만나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원래 그런 사람이겠구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논란이 많은 글들,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글들을 보면 처음에는 똑같이 화가 나다가도 금세 내가 왜 일면식도 안 한 남에게 화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금방 식어버리고 창을 닫아버린다. 그냥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말이다.
 
 어쩌면 감정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대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름대로의 자기 방어일지도 모른다.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회피하게 된다. 누군가가 내게 화내는 감정, 내가 누군가에게 화내는 감정,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화내는 감정, 내가 나에게 화내는 감정… 나는 두렵다. 화라는 감정이 아니라 부정적인 모든 감정이 두렵다. 경멸, 불쾌, 짜증, 슬픔… 그래서 피하게 되는 거 같다. 나는 그래서 피해왔던 거 같다. 약간의 편함을 위해 계속해서 도망쳐온 거 같다. 하지만 도망치는 법밖에 모르는 걸 어떡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다르게 행동했을 때 보이는 사람들의 그 감정들이 나는 너무나도 두렵다.
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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