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에 붙은 끈적한 장판이
나를 잡아당긴다.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해
동거를 시작한 식구들은
벽지 사이를 사각사각 소리내며
분주히 움직인다.
봄바람마저 외면하는 지하 창살 속에서
창밖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검은 얼굴
식구들은 나를 보고
곧 더듬이가 날 것이라 한다.
곧 다리 한 쌍 더 날 것이라 한다.
하늘에 오래 머무르는 여름 태양도
햇빛을 나눠주지 않는 좁은 방에선
검은 식구들이 분주히 기어 다니고
더듬이와 다리도 새로 생긴 나에게
날개만은 자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