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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Sep 26. 2024

박색

박색     


2000년 전 죄 없는 성인은 나를 위해 죽었다는데

나의 손은 깨끗함과 거리가 멀다.     


1919년 젊은 청년이 거리에서 총을 맞았다는데

나는 틈만 나면 나라 욕을 하고 있다.     


1987년 대학생이 머리에 최루탄을 맞았다는데

나는 선거일에 늦잠을 자고 만다.     


1994년 어머니가 가위로 살을 자르며 나를 낳았다는데

나는 양말을 뒤집어 벗어뒀다.     


2024년 아직도 새벽에 일어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어머니     


좋지 않은 무릎관절 닳는 줄 모르고

두 손을 세게 마주 잡으며

2000년 전 죽은 성인에게 

아들을 도와달라고 간절히 빈다.     


나를 향해 흘린 피가 모여 만들어진 삶의 생김새는

왜 이리도 못난 것인지 

거울도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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