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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Oct 08. 2024

안개

안개     


사방에 소리 한 톨 없고

축축한 물방울이 시야를 가로막아

어릴 적 거대해 보이던

길 건너편 등대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높은 곳에서 마중 나온 빛을 쫓아

짧은 보폭으로 경쾌하게 나아가다가

빽빽한 안개에 안기자 걸음을 멈추고서

우두망찰하게 섰다.     


왔던 길을 잃어버리고

앞이 앞인지

뒤가 뒤인지 알 수 없어 

제자리걸음만 하는 사이

북두칠성조차 돌봐주지 못하는 곳에서

끝내 발을 떼지 못한 채

주저앉아 멍하게 눈을 깜빡인다     


이윽고 고개마저 숙인 내 속에도 

안개가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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