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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지제스트 Oct 11. 2024

변한 건 나일까... 사과부터 할게

Ep.11

변()하다.


사람의 속성이나 사물의 상태가 이전과 다르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람의 속성.

나의 속성.


나는 어떤 특징을 가진, 어떤 성질을 가진 걸까.


어느 정도 기억하는, 인지하기 시작한 시기를 초등학교에 입학한 때부터라고 한다면

40년 동안 ''라는 존재와 함께 했는데 '나의 속성'을 바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스스로 나를 판단하는 시간을 이번 기회에 가져본다.


사실이 중요해.


MBTI를 믿지는 않지만 "T"를 특징하는

진실과 사실, 논리적 분석적 성향이 강한 것 같다.


이런 것들이 되지 않았을 때 감정이 폭발하긴 하지만.


상황을 자꾸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고 분석하고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왜 그런지 파악이 되어야 머릿속이 정리되면서 목구멍에서 내려가지 않던 고구마가 내려간 듯 개운하다.


나는 좋은데...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은 '정나미 없다'는 듯이 거리를 둔다.

"네가 맞아서 반박은 못하겠는데 메말랐어, 차가워...."


일상생활에서는 아이들, 그래... 남(의) 편...

숨 막힐 수도 있겠다.

나의 기준이 그들에게는 답답하고 숨 막힘일 수 있을 거야.

내 기준에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원래 그런 거야. 다들 그런 거야. 예전부터 그랬어." 그러니까 그냥 해야 하는 것에 내가 숨 막히는 것처럼.

사람마다 숨 막힘의 원인은 다르니까.




신뢰와 배려가 중요해


나는 적정한 거리 두기가 안정감을 준다.

인간사회에 태어난 이상 끊임없는 줄 잇기와 줄 끊기의 반복 루트 안에 갇혀있다.

 잇기도 줄 끊기도 수월한 과정은 아니지만 내가 가진 줄은 탄력이 다소 낮아서 맘을 먹으면 쉽게 끊어지는 편인 것 같다.

짧고 굵은 줄.


몇 가닥이 없어서 신중하게 잇는 편이다.


서로 배려하는 관계가 유지되고 신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짧고 굵은 줄이 연결된다.

가끔 탄력이 적어 끊어지기도 하지만.


그 몇 가닥 안 되는 줄이 연결된 남편.


얼어붙었던 시기의 나는 지금의 남편을  따뜻하고 다정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 판단했다.

'배려'라는 책을 권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 것이 큰 한방이긴 했다.

나의 중요한 핵심가치를 이 사람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속았다고 생각하고 화날 때도 있지만 이건 억지다.

나한테 사기 친 건 아니지.

내가 본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수없이 겪은 경험의 여파로 변했을 수도 있고

알 수 없다.

여전히 나보단 따뜻해 보이고 다정해 보인다.

찐인지는 모르겠다.

믿음직스럽진 않다.


위태롭게 당겨지고 있는 짧은 줄을 부여잡고

지난 나는 왜 그랬을까를 되돌아보니

반대로 나 때문에 숨 막히거나 힘들었을 "너"를 크게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다정함과 친화력이 좋아서,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가진 네가 부럽고 채워질 것 같아 좋아했는데...

이젠 그런 점이 불편하고 싫다.

내가 변한 건가?


사과할게.

너에게 다정한 파트너가 되어주지 못한 것을.

너에게 애교 넘치는 파트너가 되어주지 못한 것을.

너에게 감성이 넘치는 파트너가 되지 주지 못한 것을.

네가 해준 많은 배려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작은 감사함을 느끼면서

하지 않은 배려에는 분노했던 것을.

아니... 아직 하고 있는 것을.


사과할게.



그리고 다음엔 내가 사과받고 싶은 말 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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