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만 아직도 확신 없는 나의 글에 대하여
아주 어릴 적부터 글쓰기는 남의 얘기였다. 다른 친구들은 방학 숙제 독후감 상도 받고, 어린이날-어버이날-스승의날-호국보훈의 달.. 그런 특별한 날 진행되는 글쓰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나는 매번 그들의 수상에 박수를 쳐주는 일을 했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글쓰기는 내가 넘볼 게 아니었기에, 그리고 그건 타고나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못하는 걸 인정했고, 그럼에도 잘하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는 했다.
인생의 변화를 원했던 때가 있었다. 아무리해도 달라지지 않는, 내 인생에는 왜 ‘드라마틱, 영화 같은’ 그런 수식어를 붙일 일이 생기지 않는지 답답해했던 때였다. 그래서 무언가를 신청했고 과제라면 리포트 쓰기 정도일 줄 알았는데.. 자신의 지금껏 인생을 소설처럼 써보는 게 과제로 주어진 것이었다. 나에게 소설은 읽는 것이었고, 한 번도 직접 써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막막했다. 그리고 천천히 내 인생을 소설같이, 아니 소설처럼 쓰기 시작했다. 그 소설은 당연히 우울했고, 절망적이었고.. 그럼에도 나는 내 소설, 내 인생을 읽고 울진 않았다. 그냥 이상하게 조금 재밌었다. ‘아, 이렇게도 적을 수 있구나..’ 이상한 희열감.. 그렇다고 그 한 번으로 글에 희망을 품진 않았다. 그 후에도 나에게 글쓰기는 남의 이야기였고, 난 읽는 것에 감사한 독자였으니까.
난 내가 힘들었다. 사춘기도 혼자서 어둡게 오랜 시간을 겪었고, 내 고민을 말로 하면 다들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혼자서 담고 지냈다.
그러다가 큰 맘먹고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혼자서 모든 걸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말했다. 이 모든 걸 떨쳐내겠다고, 여행만 다녀오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리고 나는 더 많은 좌절과 고민을 안고 돌아왔다. 여행 후,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하며 나를 괴롭혔고 왜 그 먼 곳을 갔으면서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냐고 자책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그 고민에서 벗어났다.
‘.. 피하러 온 것을 버리지 않고 왔음을 깨달았다. … 정말이지 두고 오고 싶었던 유일한 것을- 곧 그녀 자신을 갖고 왔다는 사실을.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내가 문제였기에 나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딜 가든 똑같았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고 위로를 받았고,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으로 나는 그렇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동질감을 느꼈다는 것에서 ‘나는 글을 쓸 거야.’라고 다짐하진 않았다. 그로부터 또 한참 후, 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분명 시작은 아주 오래전이었음을 그때 깨달았다.
->나는 나중에 그 여행을 다시 떠올렸다. 나의 모든 게 싫어서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내 모든 걸 감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걸.
->몇 달 전에 써 놓은 글이다. 글에 대한 초심이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난 고민했고 방황했고 결심했다. 나를 위해 써보자.. 그럼에도 좌절했다. 나를 위한다고는 했지만, 부족한 게 느껴지면 아무도 나를 모르지만 혼자 얼굴이 빨개진다. 언제쯤이면 내가 쓴 글에 당당할 수 있을까..
*두 달간 이야기를 올려보았습니다. 그 글도 예전에 써 놓은 글이었는데.. 한 번은 털어내야 될 것 같아서, 가상의 주인공이었지만 결국에는 나의 이야기였던 것 같아서.. 용기를 내어 봤습니다. 읽어봐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용기를 내었고, 포기할까 생각이 들 때마다 버티는 힘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말해야 될 것 같아, 여기서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