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도 살 수 없던 만화책 감성
어릴 때 만화방에 가서 만화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지만 늘 처음이 어려웠고,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편하게 방문했던 것 같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공기는 텁텁하고 사람은 많고 책 냄새, 그리고 그때는 금연구역이 명확히 나뉘지 않던 때라 만화방을 나오면 옷에 담배 냄새가 배어 있기도 했다.
지금은 웹툰이지만, 온갖 장르가 나오지만, 내 기억 속 그때는 대부분 순정만화 아님 무협만화였다.( 내가 아는 게 그게 전부였을 수도 있다~) 난 당연히 순정만화였고 혼자서 구석에 앉아 훌쩍 거리며 보기도 하고 실없이 빵 터져 큭큭대기도 했다. 그때의 모든 내용들은 언젠가 나도 겪을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했기에 꿈은 많았지만 표현에 서툴렀던 나에게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만화책을 접하는 횟수도 줄고. 인터넷 그 후 스마트기기가 발전해서 예전의 만화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고, 품절이거나 절판되는 것을 목격한 순간 그때 구입해두지 않은 나를 탓하기도 했다. 만화책의 감성.. 돈주고도 살 수 없다는 걸 그때 느꼈다. 웹툰도 책으로 사보는 나였기에 어느 순간 웹툰 형식도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사라져 버린 것에 안타까워하며 가끔 인터넷 서점에 예전의 만화책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 후, 언제부턴가 예전의 만화책들이 재판매를 하기 시작했고 나는 흥분하며 그럼에도 전부 구입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심사숙고하여 만화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만화책이 배달되고.. 난 예전의 내가 아닌 사실을 그렇게 깨달았다. 그때의 감성이 더 이상 아닌 나였기에 가끔 극단적인 표현이나 지금 시대에 맞지 않은 내용에 혼자 한탄하기도 했고, 간절히 바라던 그때의 추억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많이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무작정 그때의 기억만을 가지고 만화책을 구입하는 것에 주저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이를 먹은 나를 또 만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다시 발간된다는 소식에 예전의 기억이 너무 좋아 최근에 실패? 실망? 의 사실을 뒤로하고 또 만화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나는 소장의 욕심을 부린 거였다고.. 그러니까 과거의 결핍을 그렇게 나에게 보상해 주는 거라고 스스로 냉정하게 말했다. 아님, 어쩌면 그 예쁜 만화책을 보고 예전 기억과 달리 실망할 나를 볼 자신이 없어 아직 포장도 뜯지 않고 있는지도..
나는 10대의 나를 그리워한다. 뜻대로 되는 건 없었지만 꿈이 많아 행복했던 나였음을, 이제야 그때의 내가 소중했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너무도 힘들었기에 수고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나의 인생이지만, 잘 컸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듣고 있냐?
->사실 이번에 온 만화, 고등학교 이야기인데.. 나의 고등학교 시절과 맞지 않는 내용임을 그때도 알았다~^^ 어딘가에 있을 고등학교를 상상하며 꿈꿨던 그 기억으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구입했다. 구입만 했다.
->슬램덩크도 소장 못해 후회한 적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나왔고 나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구입했다. 잘한 행동이었음을, 지금도 뿌듯하다.
->웹툰도 구입해서 보는 편이었다. 그중 우연히 본 기사로 알게 된 웹툰이었는데,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내용이었고 ‘나의 최고의 웹툰을 제발 망치지만 말아달라’는 많은 댓글에 궁금해서 구입해 봤던 것 같다. 역시나 좋았고, 난 영화보다 웹툰이 훨씬 낫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영화 관객수 엄청났다는 거. 내가 다를 수 있지? 그렇게 생각한다.
-> 더 이상 만화책 욕심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 조금 망설이는 건 그때도 읽지 않았던 인기 있던 만화책인데.. 그림이 너무 예뻐 온갖 물품으로 나왔었는데.. 그림에 대한 욕심과 지금 얼마나 더 예쁘게 표현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에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너무 예뻤다. 지금도 그 만화가 제일 예쁜 것 같다. 하..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