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
1953년 예일대 졸업생들 대상으로 인생계획 여부에 대한 22년간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생계획이 있는가. 또 하나는 그 계획을 서면으로 남겼는지 여부였다. 결과는 아주 흥미로웠다. 인생계획이 없다고 답한 27%는 빈민층에 포함된 비중이 컸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간단한 목표를 세운 60%는 무난한 일반적 삶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던 10%는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인 전문직이 되었다. 나머지 3%는 사회 지도층이다. 그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문서화하였다고 답했던 부류였다. 이들 3%의 자산이 나머지 97% 자산의 총액을 초과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매일경제. 2018. 8. 9). 이처럼 목표가 있느냐 여부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인생 후반전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함으로는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없다. ‘잘 될거야’라는 자신감 도취로는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수 없다. 명확한 목표(what)와 분명한 목적의식(why)으로 준비(how)할 때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 이렇게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힘(power)이 생산동력이었던 일자리는 로봇이 그 자리에 서 있고, ‘Best One’의 우열 기준이던 ‘지식(knowledge)’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고 있다. 노후준비는 준비하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냥 준비해야만 하는 당연사항이다. 계획은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차근차근 실행하면서 일정 기간마다 피드백으로 올바른 방향성을 나아가야 한다. 계획 수립에 있어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목표(Goal)이다. 목표는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다. 흔히 ‘꿈(dream)’이라고 한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버킷리스트(bucket list)로도 불리워진다. 굳이 꿈과 버킷리스트를 구분한다면, 전자가 장기목표로 국한한다면, 후자는 단기 또는 중기목표로 볼 수 있다. 어찌되었든 꿈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현실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자신만의 가치와 바램을 담은 꿈은 소중하다. 꿈은 이루고 싶은 대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무엇(what)’으로 한정 지을 수 있다.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계획 수립하는데에는 도움이 된다. 2007년도에 미국 영화 ‘버킷리스트’가 상영되었다. 주인공은 암 판정을 받았고 1년이라는 짧은 시한부 인생을 덤으로 얻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까지 해 보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이처럼 버킷리스트는 목표가 뚜렷하고, 대부분 문서로 작성하여 수정도 하고, 덧되기도 하며 이룬 것은 지우기도 한다. 목표는 또렷할 때 더 잘 보인다. 목표가 명확할 때 성공 확률은 높아진다. 목표가 분명하면 동기부여도 생긴다.
둘째, ‘목적(why)’이다. 목표가 또렷하고 명확하며 분명해지려면 목적(why)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아울러 자신의 의지가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권유에 의한 목표 수립은 동기부여가 약하다. 수동적일 뿐 아니라, 스스로 왜 하는지 모르기에 동력이 떨어진다.
약한 동기부여는 목표까지 도달하는데 걸림돌이 많을 뿐 아니라, 유혹을 못 이겨 타협하고 변명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목적이 뚜렷하지 않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 될 확률이 꽤 높다. 축구나 야구, 골프와 같이 공을 갖고 하는 운동은 시선을 공에서 끝까지 떼지 말라고 한다. 임팩트 순간까지 시선은 공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만약 공이 자기가 추구하는 목표라면 한 눈 팔 수가 있을까.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효율적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수 없다. 이처럼 목표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것을 이뤘을 때 가치와 보람이 느낄 수 있는 지 등을 반영한 정확한 목적이 있을 때 동기부여가 된다.
목표를 향해 지속적이며 꾸준하게 갈 수 있도록 면역력을 키워주는 영양제 동기부여는 단계가 있다. 가장 기초적인 ‘동기부여 1.0’은 ‘강압과 지시’이다. 강압과 지시는 흔히 부정적 의미로 바라본다. 노후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탓할 일이 아니다. 강압과 지시는 계몽에 어려움이 있을 때 국가적 차원에서 의무적 이행을 강제하는 경우이다. 개인이 필요성을 깨닫고 체계적으로 재무준비하기까지는 상당 시간 경과하여야 한다는 점이 계몽의 한계이다. 그래서 정부가 1988년 4월 1일 첫 발을 내디딘 ‘국민연금법’이 법률 제정을 통해 강제적으로 시행한 노후준비 첫 시도이다. 2005년 12월 실시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노후준비 개념이 변화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노후에 10억원 있으면 된다는 ‘목돈 중심’에서 부부 최저 생활비 개념인 ‘매월 현금흐름’ 중심으로 노후준비가 전환되면서, 일시금 형태의 퇴직금을 매월 현금이 유입될 수 있는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도록 법률적으로 강제하였다. 아울러 공적연금 이외에도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가입을 권유한 것도 인생백세시대를 대비한 조치였다. ‘강압과 지시’는 당장 위험으로 깨닫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세상 변화를 유추해 볼 때 반드시 겪게 될 미래 리스크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법률 제정 또는 사회운동 일환으로 실행되었다.
다음 단계는 ‘동기부여 2.0’이다. ‘보상’이다. 2024년 12월말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는 약 715.5만명 수준이다.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별정우체국연금 등 모두 합하면 천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매월 현금흐름이 은퇴와 동시에 단절된다. 단절된 현금흐름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공적연금이다. 정부가 법에 의해 강제 시행할 때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었지만, 특별히 현금 창출 방안이 없을 시기에는 공적연금만큼 반가운 것이 없다. ‘보상’의 혜택을 베이비부머 세대는 누리고 있다.
‘동기부여 3.0’은 ‘목적의식’이다. 진정한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다. 동기부여 1.0과 동기부여 2.0은 노후준비를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봤다면, 동기부여 3.0의 목적의식은 육체적 건강에서부터 여가생활 등 정신적 건강챙김까지 아우르는 종합선물세트이다. 은퇴 이후 삶이 어떠한 가치와 보람으로 지낼 것인지 자신만의 가치관에 기초하여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타적 평가와 눈치에서 벗어나 이기적 만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다. 진정한 버킷리스트를 성사시킬 수 있는 단계이다. 니체는 ‘자신에게 명령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에게 명령을 들을 수 밖에 없다’라고 했다. 목적의식은 자신에게 명령하기 위한 마중물이다. 진정한 노후생활이 무엇(what)인지와 그 이유(why)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는 과정이 목적의식이다.
마지막으로 ‘방법’이다. 방법은 ‘어떻게(how)’로 실행단계이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목표 달성 방법이 무엇인지, 방법 실행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기간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장소는 필요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담는다. 방법은 다양하다.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소소하지만 성공했던 경험과 기억 근육을 되살려 보자. 각자가 좋아하는 방법과 경험을 바탕으로 방법을 강구하자. 다만, 두루뭉술하면 안된다. 방법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적합성’이다. 적합성은 목표에도 부합해야 하지만 실천하는 자신에게도 안성맞춤이어야 한다. 과해도 안되지만 부족해서도 안된다. 경제적, 역량적, 시간적 등 보유자원을 동원해야 하므로 자원관리 차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조직에서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되는 목표 설정 기법인 조지도란의 ‘SMART 기법’은 개인이 활용해도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SMART 기법’은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고(measurable), 달성 가능하고(achievable), 관련성 있고(relevant), 시간이 정해진(timely)’ 목표 달성 기법이다. 최적화된 목표는 실행의 걸림돌을 최소화한다. 명확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은 걸림돌을 제거하는 훌륭한 수단이다. 피드백은 계획이 얼마나 계량적인지와 세부적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따라 차원이 달라진다. SMART 기법은 걸림돌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제공하는 적합한 기법이다.
먼저, ‘구체성(specific)’이다. 어릴 때 배웠던 ‘육하원칙’을 떠 올려 보자. 은퇴 이후에 자신(who)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what), 언제(when), 어디서(where), 어떻게(how), 왜(why)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이 부분이 목표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담겨 있다면 실천하는데에도 장애물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드백 또한 세부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은퇴 이후에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동안 미뤄 두었던 탁구를 배우겠다. 퇴직하고 1년 동안 레슨을 받아 다음 해 지역 클럽 시합에 출전하여 입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와 같이 육하원칙을 최대한 반영하는 구체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 단계 더 구체화하기 위해 월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해야 하는 목표를 계량화하는 것이다. 스윙, 레슨, 시합 등을 숫자로 표기하고 매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측정 가능성(achievable)’이다.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했다. 그 만큼 측정은 목표 달성에 중요한 척도이다. 측정 기준 또한 구체적이어야 한다. ‘은퇴 이후에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라는 목표는 측정할 수 없다. 매일 정해진 탁구 연습량은 측정 가능하다. 스윙은 횟수를 채웠는지, 레슨도 빠지지 않고 받았는지, 시합을 통해 기량이 성장했는지 등을 측정하는 것이다. 점검 결과에 대한 피드백 또한 구체적일수록 좋다. ‘스윙은 목표에 도달했지만, 기량이 기대만큼 육성되지 않으므로 단순한 스윙보다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스윙으로 습관화될 수 있도록 연습한다.’처럼 말이다.
‘달성 가능성(achievable)’이다. 목표가 난이도와 수준이 너무 높으면 도전하기 전에 지친다. 작심삼일은 허황된 목표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종 목표는 높게 책정하되 단계별로 나눠 목표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종 목표가 지역 탁구클럽에서 1위가 되는 것이라고 할 때 그 기간은 5년이라고 해 보자. 은퇴하고 1년까지는 입상권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목표를 세우면 달성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고 거부감이 낮아지기에 매일 탁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목표가 높다고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님을 명심하자.
‘연관성(relevant)’이다. 목표가 은퇴 이후 윤택하고 보람된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일선에 물러났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시간관리’이다. 시간소비형 목표는 무용지물이다. 시간이 남아서 할 것이 없어 마지못해 목표를 수립한 것이라면 ‘가속노화’의 지름길이다. 시간투자형 목표 수립이어야 한다. 탁구 배우는 것은 육체적 건강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이웃과 돈독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정신적 건강도 덧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목표가 일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인지, 사회적 가치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연관성이 낮다는 것은 목표의 방향성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종 도착지는 ‘시간 계획(timely)’이다. 시간적 한계를 의미한다. 기한이 없다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시간계획이 있다면 점검도 용이하고 유용한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반드시 정해진 시간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심삼일이 될 확률이 높다. 시간은 최대한 쪼개고 쪼갤 때 성공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와 같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what)인지, 그것을 하는 이유(why)가 무엇인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되는 방법(how)은 어떠한 것인지가 명확하고 구체적일 때 실행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노후설계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계획에 목표와 목적, 그리고 방법을 잘 활용한다면 작심삼일과 같은 참사는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실행 방법은 ‘SMART 기법’에 맞도록 수립하면 훨씬 수월해진다. 목표 달성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