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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지원서비스는 ESG 중 S

by 개미와 베짱이

「저출산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

만 47세에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수식어가 관행처럼 따라 다니던 시절이었다. 오늘이 가장 젊다는 말을 믿고 도전했다. 도전의 시발점은 기업교육에 대한 궁금증이자 현실적 한탄이었다. 인적자원이 그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게 인식되는 은행권의 인사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문화에 맞는 기업교육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을지 문제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 이것이 도화선이 되었고 최종 불을 지핀 것은 따로 있다. 정년퇴직(58세) 이후 삶에 대한 진로가 덧되어졌다. 사실 후자가 도전의 고삐를 바짝 조이게 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고민 끝에 인적자원개발학과에 지원했고, 논문 키워드는 ‘전직지원제도(고용노동부에서 ‘재취업지원서비스’로 통일)’로 범위를 좁혔다. 대학원 입학 당시 65세 이상 어르신은 10.9%였다. 불과 15년이 지난 2024년 12월 23일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저출산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적 화두이다. 2024년도 중위연령은 46.1세이다. 2025년 4월말 현재 50세 이상 인구는 45.1%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2명 중 1명은 50세 이상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불과 7년 남짓 정도이다. 다른 국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나이가 들고 있다. 사회가 나이 든다는 것은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린다는 의미이다. 최근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용도변경 요청이 증가한다는 것이 방증이기도 하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미래지향적 마중물

정부는 2020년도에 정년퇴직자를 포함한 비자발적 퇴직예정자에게 재취업지원서비스 지원을 의무화했다. 비록 근로자 1,000명 이상 재직 기업에게 한정했지만, 빠르게 노화되는 사회적 현상을 고려하여 200인 이상도 정부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법률적으로는 의무이지만 벌칙이 없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2년에 걸쳐 컨설팅 비용을 정부가 전액 부담하면서 제도 정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전직지원서비스와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으나, 고용노동부에서 법적으로 의무화하면서 ‘재취업지원서비스’로 공식화 했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재취업 목적의 ‘각론형’이다. 이직 이후 변화관리에 적응하고 소질과 적성, 경력진단과 상담으로 이루어진 ‘진로설계’, 취업 알선을 위한 준비과정과 상담으로 구성된 ‘취업 알선’, 구직이나 창업에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는 ‘취창업 교육’으로 이뤄졌다. 총 16시간 이상이며, 이외에도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기업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왜 구성원의 퇴직 이후 삶까지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하다.

기업이 토로하는 불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 보자. 기업교육의 기본 개념은 ‘채용에서 퇴직'까지이다. 채용한 신입사원이 조기에 조직과 직무에 적응하도록 적합도 교육을 진행한다. 소위 '온보딩'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그 어느 교육보다 조직이 공을 들이는 과정이다. 신분보상으로 직책이 상승될 때마다 리더십 교육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퇴직예정자는 조직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알짜배기 잠정적 고객이다. 기업을 거들어 줄 수 있는 아군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홍보수단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이타적 서비스’가 아닌 ‘이기적 서비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기업이 퇴직예정자에게 베푸는 은혜가 아니다. 법제화되기 이전이라도 기업이 당연히 했어야 할 사항이었다. 직업군인은 제대 이후 사회에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전직지원 교육과 사후관리를 지원하는 ‘제대군인지원센터’를 운영한다. 공무원도 공로휴가(6개월 또는 1년)를 통해 퇴임 이후 삶을 개척하고 준비하도록 예비기간을 준다. 재취업지원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퇴직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명함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180도 변한다. 버팀목이자 디딤돌이 재취업지원서비스이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수십년 동안 조직 발전과 성과 창출에 기여한 구성원의 퇴직을 앞두고 그동안 노고에 감사하고 보답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뿐 아니라, 은퇴 이후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신입사원은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면, 퇴직예정자는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신명나는 노후’가 보장될 때 소비시장도 건강함을 유지한다. 소비시장이 건강함을 잃으면 순환고리의 끝은 기업을 향할 것이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결국 기업에게 이로운 제도이다. 비용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투자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재취업지원서비스는 ESG 실천이다!!!

아울러, 금년도부터 몰려오는 유럽발 ESG 파고는 더 이상 피할 수도 피할 곳도 없다. 자본주의가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로 전이되었다. 이해관계자에는 소비자도 포함된다. 미래 잠정 소비자인 퇴직예정자의 은퇴 후 건강한 노후를 지원하는 것은 ‘S(social)’에 해당된다. ESG 실천은 MZ세대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는 ‘공정’ 중심의 소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공정을 상실한 기업 제품은 불매운동으로 번지면서 생존 위협까지 받는다. 단순한 숙제하듯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다뤄서는 안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라는 사회적 커뮤니티 관점에서 바라볼 때가 되었다. 이제 재취업지원서비스로 초고령사회를 슬기롭게 극복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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