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발달과 함께 학문이 세분화되고 체계화되면서 리더십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내 삶의 성공과 실패의 시발점이자 종착역에는 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그 만큼 리더십은 약방의 감초처럼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된 지가 꽤 오래 되었다. 리더십은 삶의 편리함과 경제적 크기에 따라 변해 왔다. 사실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라는 명제를 빼 놓고 말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이다. 변화무쌍한 기하급수적 변화의 21세기에 리더십 변화 주기는 훨씬 빨라졌고 범주 또한 광범위해졌다. 때와 장소, 그리고 상황에 따라 맞춤형 리더십이 요구된다. 바로 ‘카멜레온(chameleon)리더십’이다.
2024년 가을을 광풍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흑백요리사’에서 카멜레온리더십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에 흑백요리사가 HR에 던진 4대 키워드는 '실력, 공정, 스토리, 속도'이다. 4대 키워드에 대한 HR함의는 다음 편에 논의하고, 이번에는 HR 각론으로서 리더십을 한 수 배우려 한다. 흑백요리사는 기본적 구도가 개인전이고 상대평가이다. 상대평가는 나도 잘해야 하지만, 상대보다 더 좋은 결과를 창출해야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다. 단체전일 때에는 셈법이 훨씬 복잡하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순항을 할 수도 있고 난파선이 될 수도 있다.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그리고 문제해결능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되는 순간이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면서 내일을 개척하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모두 갈무리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흑백요리사 경연에 출전할 정도이면 요리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감과 쟁쟁한 실력을 갖춘 자들이다. 그런 실력파들이 하나의 집단이 되어 단체전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협업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잘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 비출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한 순간에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그 광경을 우리는 흑백요리사에서 똑똑히 보았다. 두 번의 팀전에서 말이다. 백수저는 두 번의 팀전에서 극명한 모습을 보였다. 한 팀은 리더가 목표와 방법론에 대해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기 의견을 굳이 밝히면서 팀전이라기 보다 개인전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반면에, 또 한 팀은 리더 의견을 존중하고 묵묵히 따랐다. 결과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십은 때와 장소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한정된 짧은 시간에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charisma)리더십이 적합하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된다. 첫째, ‘방향성’이다. 리더는 미션에 부합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명확한 근거로 판단하고, 그 이유를 짧지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다. 특히, 쟁쟁한 실력을 겸비한 팀원들에게는 예의가 아니다. 가능하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다른 의견을 덧되어는 것도 좋다. 의견수렴은 토론 형태보다는 리더가 방향성을 굳히기 위한 조언 또는 참고용으로 경청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역할’이다. 팀전은 협업이다. 협업은 각자의 역할이 퍼즐처럼 잘 맞아 떨어질 때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높아진다. 어느 하나 삐걱된다면 이상한 모양이 연출될 수 있다. 요리는 맛과 데코레이션(decoration)이 평가를 좌우하므로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이상하지 않다. 리더는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개개인이 장점을 잘 파악하여 최적의 합이 나올 수 있도록 가장 잘하는 부분을 위임해야 한다. 한정된 시간에 실험적 정신을 발휘하는 것은 다소 모험적일 수 있다. 절대평가라면 모르겠지만, 상대평가에서는 권장할 만한 행동은 아니다. 셋째, ‘신뢰’이다. 업계에서 최고라고 할 만큼 출중한 실력파들인 만큼 존중과 배려는 기본이다. 기본이 충실할 때 상호 신뢰가 쌓인다. 존중과 배려는 의사소통에 있다. 신뢰를 잃으면 배는 좌초되거나 산으로 간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비록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다소 동떨어지거나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믿고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지켜질 때 퍼즐은 생각 이상으로 쉽게 맞춰진다. 설령 잘 맞지 않는 퍼즐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합심하여 빠른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여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임’이다. 모든 결과는 리더의 몫이다. 잘못되면 전적으로 리더가 떠 안아야 한다. 좋은 결과라면 팀원들과 나누면 된다. 이때 독식은 금물이다. ‘내가 잘해서 이겼어’라는 자만심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이나 진배없다. 비록 올바른 방향성과 팀원들에게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묵묵히 따라준 팀원들이 있었기에 상대평가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흑백요리사는 요리경연대회이다. 흙수저와 백수저로 나뉘어 맛의 우열을 가리는 경기였다. 게임은 공정해야 한다.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기준과 어떠한 편견과 선입견 없이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가 뒷받침된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집중적 조명을 받았다. 개인전과 팀전이 주는 시사점은 HR 전반에 걸쳐 곱씹어 봐야 할 부분도 있지만, 하나하나 뜯어서 심도있게 연구해 볼 만한 것도 있었다. 또한, 조직 내에 어떻게 흡수하고 반영할 것인지도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비록 흑백요리사가 요리경연대회였지만 HR 영역에서 반면교사의 교재로 활용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오늘은 흑백요리사를 리더십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