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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에 ‘K-Culture’를 디자인하다!!!

- 한국형(K) 인사지원(HR)

by 개미와 베짱이

「한국형 HR」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한국형 HR」은 무엇을 의미할까? 수 많은 질문과 되내임으로 실체를 파악해 보려 하지만 손에 딱히 잡히는 것은 없다. '한국형 HR'은 외환위기 이후 밀물처럼 밀려온 서구형 HR에 ‘K-Culture’를 덧된 것이다. 한국인의 감성과 ‘K-Culture’가 융복합된 HR이라는 의미로 필자가 오래 전부터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개발해 온 영역이다. 기성복은 약간의 수선 과정을 걸쳐 자신의 체형에 맞춘다. 기성복을 그대로 입는 고객은 흔치 않다. 대부분 자신의 몸에 맞게 수선 한다. HR도 마찬가지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준비도 안된 대한민국 HR에 서구형 HR이 쓰나미처럼 덮치도록 한 촉매제였다. 컨설팅이라는 미명 아래 점령군처럼 밀려 온 선진형 HR를 '날 것' 그대로 받아드릴 수 밖에 없었고,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을 장기간 섭취한 결과 현재 속앓이가 진행중이다. 속앓이 치유방법은 제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현실적 HR의 난맥을 우리 체질에 맞게 수정하는 ‘한국형 HR’ 과정이다.


1997년11월22일!

이 날은 대한민국으로서는 또 하나의 씻을 수 없는 수치스러운 날이다. IMF에 구제금융 신청일이자 국가 부도를 인정하는 날이었다. 기업이 부도나면 회생 조건으로 엄청난 희생을 강요받는다. 인적 구조조정은 기본이고 사업재편까지 기존의 것을 송두리째 바꾸는 체질개선을 요구한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 댓가로 요구한 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 중 하나가 연공서열 중심의 일본형 HR이 성과 중심의 미국형 HR로 탈바꿈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중앙정부에서부터 대기업까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성과중심이자 연봉제 미국형 HR 틀(frame)에 유교문화가 짙게 배어 있는 대한민국 HR을 맞추도록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저항도 있었지만 논리적으로 컨설팅의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반박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기에 뭔가 행동하기에 어색하였고 자유롭지 못하여 곳곳에서 파열음이 발생했다. 그 이후 몇 가지 사회 이슈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면서, 선진형 HR은 우리 몸에 맞게 수정할 시간도 기회도 거의 없었다. 개인 신용카드 부실 사태(2022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정년 연장과 제4차 산업혁명 등장(2016년),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2017년), 코로나19 발생(2020년), 인공지능 보급(2024년) 등으로 세대간․성별간․개인간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자 갈등이 HR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등장했겠는가! HR은 기성복이 아니다. 맞춤복이어야 한다. 일란성 쌍둥이도 다르듯이 모든 기업도 조직문화에 차이가 있다. 동질적 문화를 적용한다는 것은 로봇이나 가능하다. 이와 같은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한국형 HR’이란 신조어이다. 맞춤복 HR의 필요성을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지만, 이 지면에서는 어제와 오늘의 사회적 기준 변화, 일터에서 HR의 기준과 적용의 간극 발생, 문제해결 해법 도출방법의 변화 등 세 가지로 요약 정리한다.


첫째, 일터의 기준이 바뀌었다.

어제까지는 맞았던 일터 기준이 21세기에는 달라졌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大別)된다. 하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디지털 혁명이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 트렌드로 ‘한국형 HR’의 필요성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늦지 않게 글로벌 변화 추세에 적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영역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으로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한정된 이슈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다소 퇴색되었지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울 만큼 세계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는 사건이다. 아직까지 이 기록을 갱신한 국가는 없다. 후진국 탈피 마중물은 ‘성실과 근면’이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운동 노랫말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 때는 카리스마 리더십이 대세였다.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이었다. 인권보다는 ‘생계형’ 경제성장이 지상 최대목표였다. 일사분란한 움직임과 신속한 대처에는 ‘통제(control)’라는 단어가 안성맞춤이다. ‘통제’가 허용되었던 1990년 이전의 일터에서 통용되었던 단어나 문장을 21세기 일터에서 구사한다면 블라인드 주연 배우로 등극할 뿐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되어 범법자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평생직장에서 평생직업으로, 조직보다 개인 중심으로, 통제가 아닌 ‘지원(support)’과 ‘촉진(facilitator)’으로, 성장도 중요하지만 ‘인권’과 ‘인격’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만큼 살만해졌다. 후진국일 때에는 덧셈법칙이었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하루살이형이었다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다이어트 할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뺄셈법칙 시대에 살고 있다. 획일성과 동질성으로 조직을 관리했던 10여년전의 3차 산업혁명시대의 리더십과 차별성, 다양성을 존중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일터 기준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닌 시대가 도래되었다. 허나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도 ‘두더지게임’을 하면서 튀는 행동은 모두를 위험하게 만드는 사회악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은지 한번은 되돌아 보자. 속앓이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자. HR은 달라진 일터에 적합한지, 베이비부머에서 MZ세대까지 3세대가 공존하고 있는 일터의 특성을 고려하여 세대별 맞춤형 리더십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등을 찾아보자. 늘 해 왔던 ‘익숙함’에서 벗어나자. ‘왜(why)’라는 질문으로 우리 체질에 맞는 ‘어떻게(how)’를 만들어 보자. 그게 바로 Bespoke Type HR이다.


둘째, HR 평가 기준은 ‘인적자원과 직무 중심’, 실제 평가는 ‘인적자원 중심’

기업마다 구비된 인사규정은 선진국 HR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 높다. 다만, 그것을 수행하는 인적자원은 아직 10여년 전 아니 그 이전 인사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보자. 이론과 현실의 간극이 넓기에 선진국(MZ) 세대의 갈등과 회의감은 더 깊어진다. HR은 ‘육성의 축’과 ‘보상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육성과 보상 모두 평가를 전제로 한다. 보상에는 신분보상과 금전보상으로 나뉜다. 신분보상을 위한 평가는 ‘인적자원’ 중심이다. 흔히 알고 있는 인사고과이다. 성과급이나 인센티브와 같은 금전보상은 ‘직무’와 '성과'가 평가 대상이다. 다만, 평가를 실행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평가 주체인 사람이 평가제도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실천할 때 그 제도의 정당성이 보장된다. 현실은 그 반대가 아닐까 싶다. 신분보상이던 금전보상이던 ‘인적자원’ 중심으로 대부분 평가가 진행된다. 인적자원이 성과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보다 연공서열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나이가 계급이었던 유교문화 잔재가 아직까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터(workplace)의 일례는 ‘공정’이라는 화두 앞에서 세대간 불협화음의 발원지이다. 분명 평가 기준은 역량 중심의 선진국형이지만, 실제 적용은 ‘형님 먼저’라는 연공서열식 화법이 적용되면서 평가는 어긋나기 시작하고, 승진자 발표 또는 성과급 지급한 날에는 블라인드 게재수와 댓글수가 상상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집단의식’에서 ‘집단지성’으로

‘집단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은 권력(power)에 기대어 종속과 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단방향이자 수직적 의사소통을 중시한다. 제조업 유형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유형자산이 대세이다. ‘무엇을 아느냐’와 ‘얼마나 아느냐’가 화두이다. 명절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빼 놓지 않고 물어보는 말이 있다. ‘너 공부 잘 하니?’, ‘너 반에서 몇 등 하니?’이다. 그 뒤에 따라오는 수식어는 ‘열심히 해야 한다’와 같은 농경적 근면을 강조한다. 그 시절 ‘집단의식’은 한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자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추였다. 그 당시 집단의식은 비중있게 다룰 만큼 가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보다는 ‘조직’과 ‘집단’을 우선시하는 나이가 곧 계급이었던 ‘평생직장’시대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한 세대를 평생직장 개념에서 지냈던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일명 후진국 세대)는 후진국에서 태어나 정년퇴직의 끝물인 2024년도 선진국 시절 때 일선에서 완전히 떠났다. 다만, 그들이 남기고 간 문화유산(?)은 일터 곳곳에 역사물로 잔존하고 있다. ‘라떼문화’로 불리우는 ‘꼰대문화’로 말이다. 집단의식의 단점은 ‘다름과 차이’를 ‘틀림’으로 치부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잘한 것은 내 덕분이고, 잘못된 것은 남 탓이라고 하는 ‘자기고양오류’와 같은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리더 뜻과 맞지 않으면 무조건 배척하거나 틀렸다고 내치는 ‘말소문화(cancel culture)’와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혁 대상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다르다. 개인 의견을 존중한다. 다양한 의견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비빔밥처럼 버무려 또 다른 대안을 생성하고 문제해결의 디딤돌로 활용한다. 집단지성은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비롯된다. 책망하거나 비판하는 ‘옳고 그름’의 토론문화가 아니라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싹을 틔운다. 2000년 이전에 형식학습 과정을 거친 성인들은 토론문화에 약하다. 선생님 말씀을 받아 적어 외우거나 실천에 익숙한 세대이다. 이 세대들이 현장의 리더로 선진국 세대(MZ)와 함께 조직을 이끌고 있다. 잘못 건드리면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곳이 21세기 일터이다. 예전에는 주먹질이 난무했던 일터가, 이제는 문자(text)로 모든 문제 또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이다. 무조건 어느 세대가 옳고 어느 세대가 그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보다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HR 담당자 몫이다. 각 세대별 리더십 해법이 달라야 하는 근원이기도 하다. 산업별 지역별 기업별로도 다를 수 있다. 종전과 같이 일률적이며 획일적인 콘텐츠로는 문제해결이 용이하지 않다. 조직문화에 맞는 교육과정이 요구될 뿐 아니라,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과정 설계에서부터 진행과 피드백까지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구성된 것이 바로 ‘한국형 HR’이다.


한국형 Bespoke Type HR은?

나의 체형에 맞는 옷을 입어야 맵시가 산다. 아무리 비싸고 명품 옷이라 하더라도 몸에 맞지 않는다면 촌스럽다. 이제는 바꿀 때가 되었다. 아니 무조건 바꿔야 한다. HR담당자 역량도 전문성으로 무장되었고 현장 문제의식도 충만해 있다. 외환위기 이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받아드린 HR을 우리 기업에 적합한 맞춤형 HR로 변신시켜 보자. Bespoke Type으로 말이다. 리더십의 3대 요소로 할 수 있는 의사소통역량, 의사결정역량, 문제해결역량 모두를 바꿔야 한다. 선진형 HR을 근간으로 하되 우리 기업에 적합하고 우리 문화와 거리감이 없는 방법으로 서서히 안착시켜야 한다. 구성원의 전문역량 개발은 기업 주도형에서 자기 주도형으로, 나이가 역량보다 앞선 잣대이자 동질성과 획일성이 강조된 '통제형 HR'은 다양성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지원과 조력의 HR'로, 컨설팅을 통한 '기성복 HR'은 HR 담당자의 전문성이 반영된 '맞춤복 HR'로, 가스라이팅과 같은 집단의식은 집단지성으로 전 사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부여, 단순히 교육생으로 참여했던 종전의 기업교육 방식에서 이제는 교육생이자 자신이 원하는 과정과 내용을 직접 설계하는 교육생이자 프로그램 설계자로 참여하는 교육과정으로 탈바꿈해 보자. 이런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다만, 크게 ‘한국형 HR’의 모습을 개괄적으로 스케치해 본다면 이 정도 수준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산업별로 기업별로 더 다듬고 자신이 속해 있는 기업 색깔로 입체화될 때, 기성 제품이 아닌 나의 기업을 위한 Bespoke Type HR이 된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은 자명하다.


나는 2024년도에 ‘한국형 HR’을 기업에서 몇 번 공유할 기회를 가졌다. 특강 형식도 있었고, 하루 종일 진행했던 경험도 있다. 프로그램 설계에서부터 종전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금년 초에는 과정 종료 후 기업교육 담당자가 직접 후기를 보내 왔다. 처음에는 생소했고 어색했지만 작은 관심이 큰 변화를 불러 올 수 있는 아주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이다. ‘한국형 HR’은 진화 중이다. 변화는 바로 ‘나’부터이다. 남탓이 아닌 내탓이라는 인식이 변화의 시발점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자주 한국형 HR에 대해 공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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