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할까?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고 한다. 과연 오래 사는 것이 불행일까? 불행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고 한다. 과연 오래 사는 것이 불행일까? 불행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이런 생각이 부쩍 많이 든다. 계절 탓일까? 아무 죄 없는 가을에 심술을 부려본다. 노랫말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했지만, 마음근육이 어지간하지 않으면 그렇게 마음 먹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오죽하면 은퇴는 살아서 맞이하는 장례식이라고 할까? 그만큼 준비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의 첫 신호는 궁금한 것이 없어진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고 ‘왜 그럴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이 이제는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정신적 늙음이 찾아온다. 잠깐 넉두리 하느라 본류를 놓쳤다. 인생 백세시대에 언제까지 일을 하는 것이 맞을까? 모두가 궁금해 하면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85세!!! 2023년도 모 심리학회 발표자료에 나온 숫자이다. 공론화된 자료가 아니어서 공식적으로 언급하기에는 다소 애매하지만, 학회는 저출산율․고령화지수․소비자물가지수․경제성장률․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입력하여 2023년 기준 우리나라 4050세대가 언제까지 일을 해야 경제적․육체적․정신적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았다. 바로 85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024년도 사회적 완전 은퇴는 72.3세이다. 학회 발표자료와 약 13년이란 시간적 공백이 있다. 집단이 다르기에 단순히 횡적 비교 분석에 오차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꽤 긴 시간임에 틀림없다.
정년(만 60세) 기준으로 은퇴 이후 25년 동안 자기만의 ‘일(job)’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인생3막을 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준비한 것은 무엇이고,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필자는 현장에서 중장년 을 인터뷰하면서 재취업이나 은퇴설계(생애설계) 컨설팅(강의 포함)을 진행한다. 중장년 근로자 10명 중 절반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점철되는 막연한 생각에 그친다. 구체적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한 명도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런 분들을 만나 뵙고 내담자의 고충을 들으면서 넋두리도 함께 나눈다. 그러면서 라포(rapport)가 형성되면 속 깊은 얘기도 공유하면서 인생3막의 로드맵을 머리 맞대고 그려 본다. ‘고령자’라는 단어가 지난 해보다 올해 언론에 노출된 빈도수가 훨씬 더 많아졌다. 빅데이터를 통하지 않아도 눈짐작으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많아졋다. 시계열적으로 데이터를 추적해 보지는 않았지만, 2024년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높아진 정부 관심도가 아닐까 싶다. 문제는 사회 인프라이다. ‘준비된 자’만을 원한다. 그것도 저가의 대가(代價)를 지불하면서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자는 경비나 청소 용역, 또는 공공근로 밖에 없다는 것이 언론이 전하는 메시지이다. 즉, 인생 3막을 맞이할 준비를 한 자만이 조금 수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가 하는 일은 쏠림현상이 다소 강한 편이다. 상반기에는 4월부터 6월, 하반기에는 9월부터 11월까지이다. 그 때가 되면 매주 한 두편 게재하던 브런치 글도 버거울 정도이다. 그래도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글쓰기에 집중한다. 이 또한 인생 3막의 할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만의 할 일(job)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일을 정함에 있어 ‘왜(why)’라는 물음표를 달아 보자. ‘나는 은퇴 이후 왜 일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일을 언제까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 하느냐에 중심을 둬야 한다. 백수가 넘으신 김형석명예교수가 펜을 놓지 않고 기고문을 작성하는 이유가 뭘까? 돈이 부족해서? 할 일이 없어서? 아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이다. 물질적 소비가 중요한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일을 할 것이다. 늘 상대적 비교라는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스스로 자신을 갉아 먹으면서 말이다. 돈은 분명 있어야 한다. 다만,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돈’이 삶의 목적이자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김형석교수는 기고문의 금전적 가치보다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철학적 가치에 더 진심을 담는다. 바로 시간적 소비에 더 집중한다. 금전적 수입은 있으면 좋은 부차적 목적이다. 자신이 추구해 왔던 변함없는 철학을 신자본주의 사회에 물질 만능을 쫓고 있는 남녀노소와 ‘덧됨, 비움, 배가, 나눔’이라는 삶의 사칙
연산을 실천하는 것일 수 있다. 나이 들면서 일은 건강 지킴이로서 종합영양제이다.
85세 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뭘까? 학회가 주장하는 것은 금전적 목적이 아니다. 건강함이다. ‘건강을 잃으면 삶의 모든 것을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해야 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 오늘은 나이 들면서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자. 다음에는 현금자동인출기(ATM)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일(job)’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공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