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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해버려 변하는 세상

마른논에 물대기라도 견디는 삶

by 재형

나의 마음속에 스스로에 대한 미움이 가득하다. 머릿속은 언제쯤 이 세상과의 작별이 찾아올까? 매일 습관적으로 해야 할 일을 버리고 싶다. 개미처럼 몸집이 작은데, 달리면서 노력해야 하는 사실이 싫다. 바쁜 삶과 멀어지고 싶어. 세력의 힘에 몸을 섞고 도움을 받는 인생이 부럽다. 아무리 해도 나는 개미일 뿐이다. 개미의 성공은 모래가 자동차를 부수는 것 같다. 닿을 수 없는 꿈 속에서만 만날 세상인가?


학교에 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전쟁터에 온 것 같았다. 누군가는 잠을 자며, 자신의 꿈속에 빠져든다. 뒤에서는 말을 더럽혀 내뱉는 소리가 들려오고, 모두 무시한 채 공부하며 본인만의 지식을 쌓는 이가 있다. 그 속에서 눈앞이 반짝인다.


보이지 않는 길이 아닌, 암흑 속 켜진 손전등 같다. 독특한 별이 하나를 이루고, 만들어야 할 세상을 보게 된다. 그 안에는 모두를 존중하며 긍정의 화살을 보내기도, 모두를 혐오하며 부정의 칼을 찌르기도 한다. 민성이가 말을 건다. “지후야, 너는 왜 혼자 있어?” 나의 머릿속이 강하게 파도쳤다. 벌레가 내게 기어오르듯 따가운 느낌이 났다. 놀란 표정으로 얼굴이 뒤바뀌었다. 몸이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 왜 계속 혼자 있을까? 고민해 봤다.


사실 나는 원래 밝은 아이였다. 세상의 모든 게 궁금했고, 어릴 때부터 물어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근데 돌아오는 대답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궁금함이 무식함으로 변질되어 어른들의 “너는 그것도 모르니 무슨 애가 이렇게 멍청할 수 있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컸다. 가끔씩 말하고 싶어서 대화해도 식사 시간에 말이 너무 많다면서 혼났다. 목구멍을 스스로 막게 되던 지난 시간의 기억이 나의 앞길을 멈추게 했다. 나무처럼 조용한 아이가 되기를 선택했고, 누군가에게 눈치 보며 맞춰주기를 반복했다. 나의 의견은 잡아먹혔다. 세상에 목줄을 차고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어떤 친구는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마음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평화로운 상황에 취해 가며 기대곤 했는데, 또 다른 친구는 가시로 찔러 말로 상처를 줬다. 나의 마음이 두려움의 공포에 잡아먹혔고,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반복되던 일상 속에 어두운 세상의 모습이 머릿속에 박혔다. 불행이 크게 다가오던 어린아이는 불안에 떨며 살게 되었다. 청소년이 되었을 때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의 뒤쪽에 천사의 탈을 쓴 마귀가 따라다니는 기분이었다. 가끔씩 극단적인 생각이 따라왔으니, 쾌락에 취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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