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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흑연을 넘어 실리콘 음극재가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주도할 핵심 소재로 떠오르는 지금, 에스머티리얼 최이식 대표는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사파이어 소재 전문가에서 배터리 소재 창업가로 변신한 그의 여정, 그리고 실리콘 음극재가 만들어갈 미래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에스머티리얼은 공주대학교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2021년부터 실리콘계 음극재 양산 기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실험실에서 생산한 실리콘계 음극재 제품은 기존 제품의 동등 이상의 성능이 나오고 있고, 고객사 요구 사양에 맞는 테스트 샘플 준비 및 대규모 양산을 위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도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단 세 곳뿐이라서 에스머티리얼은 전기차 시장이 극대화되는 2026~27년에는 반드시 배터리 시장 내에서 우수한 실리콘계 음극재 공급사로 포지셔닝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이차전지용 음극재로 천연흑연, 인조흑연 및 저결정 탄소 등 주로 흑연계 소재가 사용되었으나,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 시장이 급격히 확대됨에 따라 고용량 및 고속 충전을 위한 새로운 음극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소재가 실리콘계(Si계) 음극재입니다.
실리콘계 음극재는 흑연 대비 약 10배 더 많은 리튬(Li)과 반응하기 때문에 전지 용량이 높고, 용량이 높기에 음극재의 충진량을 감소시켜 두께를 얇게 할 수 있어서 고속충전이 가능합니다. 국내에서는 삼성 SDI가 SCN계, 즉 'Silicon Carbon Nanocomposite'이라고 부르는 실리콘계 음극재를,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SiOx계'라고 부르는 실리콘계 음극재를 일부 배터리 모델에 사용 중에 있고, SK온도 지난해부터 'Si계' 음극재가 사용된 배터리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실리콘계 음극재의 사용량이 매우 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실리콘계 음극재 시장은 2021년 약 3,000억 원($0.24B)에서 2025년 약 4.5조 원($3.40B)으로 연평균 70%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금속공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2003년 대학원 실험실 선배가 창업한 사파이어테크놀로지라는 회사에 최고기술경영자(CTO) 겸 부사장으로 합류해 제조총괄을 맡았습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그리고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LED에 들어가는 사파이어 단결정 양산기술을 개발한 회사이고, LED 붐이 일던 2011년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2017년 말에 회사를 나와 잠시 대학에서 연구 교수를 맡고 있을 때 전 회사에서 진행한 군수용 사파이어 소재 연구를 이어받아야 할 상황이 왔고, 이를 계기로 2019년 에스머티리얼을 창업했습니다.
두 번째 창업이라서 주변에서는 그렇게 큰 반응은 없었지만, 사실 제 자신에게는 매우 큰 도전이었습니다. 전 회사를 퇴사하기 직전에 많은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고, 그로 인해 과연 내가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첫 번째 회사를 창업할 때보다는 훨씬 더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에스머티리얼을 창업한 것이 사실입니다.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 회사 동료들과 헤어짐에 대한 고통이 컸었기에 회사 초기부터 1인 회사로 시작해서 인원은 가급적 최소로 가져가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현재는 저를 포함해 11명의 인원들이 에스머티리얼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11명의 인원들이 모여 날마다 새로운 꿈을 꾸면서 저 역시 조금씩 조금씩 과거의 자신감이 충만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전 회사에서 저와 같이 동고동락했던 베테랑 멤버들과 에스머티리얼을 첫 직장으로 합류한 이차전지 소재 전공 신입 멤버들이 새로운 팀을 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멤버들 역시 에스머티리얼의 기술고문으로 계시는 교수님들, 그리고 저와 같이 오랫동안 소재 개발 연구를 함께 해온 교수님의 제자들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이 바탕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만나게 되었고, 그러하기에 비교적 큰 경험과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이 멤버들로 새로운 드림팀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작년 1년 동안 매주 이차전지용 음극재를 중심으로 배터리 소재 전반에 대한 기술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이차전지 소재 관련 책, 리뷰 논문 및 특허 등의 기술 자료를 선정하여 팀원 전체가 매주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발제를 하고, 함께 토론을 하는 세미나를 진행하였습니다.
기술세미나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학교에서도 하기 싫어했던 공부를 회사에 와서까지 또 해야 하나라는 거부감이 생길까 조금 걱정을 했는데, 제 걱정과는 달리 비교적 모든 팀원들이 만족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제가 저희 팀원들에게 세미나의 두 가지 목적을 이야기했는데, 첫 번째는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대부분 대기업인 고객사를 대상으로 우리 회사의 제품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 제품을 왜 사용해야 하는지 그들을 설득할 수 있으려면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기술세미나가 팀원들 개개인의 자기 발전을 위해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었고, 혹시라도 우리 회사를 떠나 새로운 회사 혹은 이차전지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되면 그 기회를 붙잡기 위해서라도 본인들 스스로가 이차전지 소재 전문가라는 자신감과 그에 걸맞은 충분한 지식들을 갖출 때만이 그것이 가능할 거라는 당부를 하였습니다. 저는 지난 1년간의 세미나를 통해 우리 팀원들이 100%는 아니더라도 제가 당부한 두 가지 목적에 대한 나름의 성과들을 거두었고, 만약 본인들 스스로가 필요할 때 다시 공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실리콘계 음극재 양산 기술 개발을 진행하면서 약 10억 원의 초기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한 방법을 찾던 중 팁스 과제에 대해 알게 되었고, 팁스 과제 지원을 위해 2023년 1월에 JB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팁스 운영사로서의 JB벤처스의 전문성과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JB벤처스를 소개받을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JB벤처스가 추천한 모든 회사들이 팁스 과제에 선정되는 팁스 운영사로서의 가장 중요한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또한 2023년 3월 팁스 과제에 선정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듯이 팁스 과제 신청과 평가를 위한 준비 과정에서 JB벤처스의 창의적이고 헌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제가 만나보았던 수많은 벤처투자자 분들과는 다른 JB벤처스 유상훈 대표님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졌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실리콘계 음극재 양산 기술 개발에 착수한 지 약 3년이 되었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팁스 및 스케일업 팁스 등의 정부 과제 선정과 대교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4개 기관들로부터의 투자유치를 통해 연구 개발 자금을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2024년 에는 천안 미래 유니콘 기업(C-STAR)으로 선정되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에스머티리얼이라는 회사와 보유 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올해 2025년부터는 그동안의 준비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들을 이루어내기 위한 노력들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즉, 올해에는 반드시 고객사 품질 승인을 위한 실리콘계 음극재 샘플 공급에 성공하고, 고객사 품질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추가적인 투자진행을 위한 준비들을 면밀하게 해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군수용 사파이어 사업 영역에서도 2026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LSAM)용 사파이어 창 양산을 위해 그동안의 준비 사항들을 점검하여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2025년 이러한 노력들의 결실을 제대로 거두게 된다면 에스머티리얼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K-소재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어떤 일이든 진심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면 그를 통해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팀원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지난한 노력의 과정에서 함께한 사람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