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곳으로 떠난 친구
바보같이... 오늘에서야 알아차렸다...
카톡 프로필 배경이 바뀌었다는 걸.
무심했지. 내가 참, 무심했다.
눈동자는 갈 곳을 잃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손가락이 덜덜 떨려 자꾸 오타가 났고, 다른 버튼을 클릭했다. 입안에서는 쓴 맛이 올라왔다.
별다른 반응이 없을 수도 있지만 배경이 회색으로 바뀐 게 자꾸 신경이 쓰여 그제야 '전화부터 해볼걸...'이란 생각이 들었다.
띠릭, 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와 씨!! 이건 아니지!!!!
손가락이 더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얼른 보이스톡 버튼을 눌러봤다.
연결될 리 만무하지...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라 로드뷰를 켜고 가게 전화번호를 찾아 눌렀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ㅇㅇㅇ씨 부모님 가게 맞죠?"
"맞아요."
"ㅇㅇ, 어, 떻게 됐어요?"
"크허흑, 그게 00월 00일에..흐흐흐흑"
우리는 각자 전화기를 꼭 붙들어 들고 목놓아 한참을 울었다...
내 친한 친구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바쁘다며 정신없이 지내다가 명절이 가까워지자 안부차 연락했던 게...
안부는 전하지도 못한 채, 머지않아 사십구제라는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친구 부모님은 황망하여 친구들에게 연락을 채 못하셨던 것 같다... 그런 건지 물어볼 수도 없고 그저 그렇게 추측을 해볼 뿐이다.
그렇게,
누구나 살다 보면 속상해서 썩어 들어가는 속내를,
삶의 고충과 즐거운 일을
상대가 싫어하거나 얕잡아보거나 질투하려나 눈치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망할 놈의 암ㅅㄲ...
백혈병에 걸린 친구는 계속 투병 중이었고 먼 곳으로 떠나기 열흘 전쯤에 오래 못 살 것 같다며 마지막으로 카톡을 주고받고는 정말
그렇게 떠나버렸다.
내가 예쁜 꽃 사진, 하늘 사진을 더 보내줬어야 하는데...
사람이 살면서 실수도 할 수 있다지만, 진즉에 연락해볼걸...
다들 나중에 한다는 후회를 나도 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다.
밖에 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멍하니 쪼그려 앉아 있었다.
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듯한 느낌에 달달한 걸 질색하는 데도 벌컥벌컥 두 잔이나 들이켰다.
진정이 되질 않아 엄마한테도 전화하고 남편한테도 전화해서 횡설수설했다.
6살, 4살 두 아이를 픽업해 와서는 밥도 차려주는 둥 마는 둥, 과자를 먹겠다고 해도 '응', 그렇게 넋이 나가 있다가 침대에 누웠다.
보고 싶다.... 너무 미안하다.
#일상 #죽음 #부고 #상실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