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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맨 서비스의 쓸모

by 배인호 Jan 24. 2025

플랫폼을 운영하다보니 파트너사와 그들의 상품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 자산이 당연하게도 우리 회사의 자산은 아니라는 것은 어리석게도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있다.
 

수년전 해외 OTA가 국내 인바운드 업계에서 그닥 유명하지 않을때 부터(FIT가 지금처럼 대세가 되기 전 부터) 우리는 한국의 상품을 그들에게 공급하는 B2B 서비스를 시작했다. 


점차 글로벌 OTA 플랫폼의 힘이 강해지면서 하나 둘 그들은 B2B로 공급받던 상품을 직계약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미들맨으로서 수익을 나누는 우리를 빼고 직계약을 하면 수익율이 높아질테니 당연한 영업/경영 전략이다. 반대로 우리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파트너사들도 이런 글로벌 OTA의 성장세를 경험하면서 미들맨인 우리를 빼고 수수료를 조금이나마 절약하기 위해 직계약을 하기도 했다. 마찬가지 그들에게는 옳은 선택이었다. 
 

초기에는 이런 일들이 생기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나 인바운드 OTA에는 소개조차 안되어 있는 관광지나 체험상품을 발굴해 상품화 하고 마케팅 하고 CS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과가 나기 시작하는데 채널이나 파트너사가 직계약으로 전환한다는 통보를 하면, 화도나고 큰 상실도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소식을 마주할때 느낀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브로커 같은 우리는 파트너나 채널 어느 사이드든 한 쪽이 잘 될 수록 결국 쓸모없이 버려지겠구나" 하는 두려움이다. 조직을 이끄는 입장이다보니 이는 BM의 문제였고, 생존의 문제였다. 


그러면서 그들 사이에 위치한 우리의 비지니스를 어떻게 해야 몇일이라도 더 락인 시킬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우리를 하루라도 더 쓰도록 어떤 허들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고민했다. 지금도 여전히.


미들맨 비지니스를 시작한 초기에는 그 락인과 허들 중 중요한 부분은 정보의 비대칭이라고 생각했다.  파트너사들은 글로벌 OTA에 어떻게 입점을 하는지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하는지 등등 정보가 부족했고, 글로벌 OTA들은 한국에 누가 어떤 상품을 운영하는지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그 정보를 우리가 감추고 컨트롤 하면 이일은 어느정도 지속할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그 정보를 공개되고 공유되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든, 오프라인의 행사를 통해서든 시장에서 서로 필요한 구성원끼리 만나는 것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결국 막을수는 없었다. 우리도 그들도 결국 비지니스를 하고 있으니 필요한 것들은 어떻게든 얻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파트너사의 정보를 채널의 정보를 서로에게 다 알려준다. 심지어 파트너사가 대형 OTA랑은 직계약을 하고 싶다고 우리에게 물어보면 담당자를 연결해주기도 한다.(물론 그러지 말라고 설득도 해본다) 파트너사 세일즈를 할 때도 직계약 하실 곳들은 편하게 하라고 안내드린다. 우리와 거래하던 파트너사가 채널들과 직계약으로 전환하는 일들이 있을때마다 여전히 속상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개인과 조직의 스트레스로 확산되지 않고자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린 더 오래 우리의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오랜 고민을 하며 내린 결론은 '결국 우리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어야 한다' 이다. 여기서 '쓸모'는 그 대상자마다 전부 다를 수 있는 영역이다. 그 '쓸모'가 대상자에 따라서 IT기술일수도 네트워킹일수도 인적 서비스일수도 있는 것이다. 


파트너사가 손님을 받는 시간을 30초라도 더 줄일 방법을 고민하고, 부가세 신고자료를 더 쉽게 만들 방법도 고민한다. 파트너사의 담당 직원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손님을 받는데 6시 칼퇴를 하게 할까를 고민하고 어떤 글로벌 OTA에 새로 입점을 하는게 파트너사 세일즈 담당자의 명분도 실리도 챙기는 것일까를 고민한다. API를 연결하고 자동화하여 매표소 직원들의 대면 업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그것 조차 부담이라면 키오스크를 설치해준다. 모든 자료는 어떻게 하면 엑셀에 예쁘게 담아 회계담당, 세일즈 담당이 잘 사용하게 말들까를 고민하고, 마케팅 담당자가 회의 자료를 만드는데 여행객 통계는 어떻게 시각화 해야 더 도움이 될까를 고민해본다. 결국 우리를 사용하는 다양한 구성원안의 개인 각자에게 '쓸모'라는건 뭘지 고민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고 또 해본다. 그게 그저 버려지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발버둥이자 락인전략이자 허들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쓸모'는 돈을 잘 벌어다 주는 것이긴 하다.)


오늘도 나는 우리가 이 시장에서 언제 버려질지 두렵다. 

그래서 또 '쓸모'를 찾고 '쓸모' 있음을 호소하는하루를 보낸다.
그저 새해에는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쓸모'가 있는 존재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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