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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5]글로벌 기업 VS 6년차 스타트업

12년차 BM(Brand Manager)의 이직 기준

by BEBENIX

이직을 준비하던 당시, 최종 면접을 앞두고 2개의 회사를 두고 고민했다.



누군가는 둘 다 최종 합격을 하고 고민하는 게 현명하다 하겠으나

면접 2개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에너지를 나눠쓰고 싶지 않았다.


최종 면접 참여 의사를 정하는 시점부터 선택의 시작이었다.



A.

미션: 소비자의 일상을 보다 풍요롭게.

외국계 글로벌 기업. 브랜드 인지도/선호도 1위. 제품력 훌륭.

주니어 시절 Dream Company. 안정적인 커리어 path 보장.


B.

미션: 고객의 생활에 행복을 제공합니다.

스타트업 치고 투자 없이 빠른 성장 중인 앳홈.

회사가 성장하면 '나'라는 브랜드 가치까지 성장, 하지만 역성장하면 커리어 난항.



주변에 고민 상담을 하면, 10명 중 9명은 A를 선택하라고 했다.

"규모가 더 커지는 곳으로 가야지, 빽도는 절대 안 돼!"



12년 차 과장에겐 이직으로 커리어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남지 않았고

지금의 선택이 다음 커리어에 결정적이라며, 회사 규모나 네임밸류는 무조건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딱 한 명의 선배만 B를 권했다.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선배는

'SAVE THE SKIN, SAVE THE PLANET'이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브랜드로 이직했고

회사의 규모나 복지 수준보다는, 브랜드 철학과 대표님을 보고 결정했던 유일한 지인이었다.


"여기는 오히려 성장 욕구가 있는 조직이라 열정적이고 소신 있는 직원들이 훨씬 많아.

빠른 속도로 요즘 시대에 맞는 마케팅을 배울 수 있고,

내 가치관과 잘 맞는 곳에서 나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

규모는 중요하지 않아. 너도 너의 소신이 있으니까 분명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야."



주변에 좋은 어른이 많다는 건 축복이다.

선배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니까.


내가 소신 있게 "앞으로는 경영자의 철학이 중요해!"라고 백번 말한다 해도

나를 아끼는 마음에 조언해 주는 절대다수의 말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안정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내면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를 유혹했다.



게다가 앳홈은 평소 내가 생각해왔던 이직의 기준을 따져보면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직무적합성, 복지 수준, 회사 안정성 같은 것들.


JD(Job Description)는 구체적이지 않았고, 복지 수준은 기존 회사 대비 아쉬웠다.

회사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들이 특히 많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과 우려되는 점을 모두 감안하고

결국 앳홈의 최종 면접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선배의 말이 초석이었지만,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사내 분위기를 확인하고자 들여다본 잡플래닛에서 접한 대표님의 댓글이었다.



(여느 회사와 같이) 치명적인 부정적 후기가 많았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건 후기에 달린 대표님의 댓글들이었다.


"안녕하세요 퇴사자님 앳홈 대표 양정호입니다. 솔직한 피드백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글에는

외면과 변명이 아닌 인정과 반성,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과 열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잡플래닛 내 부정 리뷰에 달린 대표님의 댓글 일부 발췌>



대표님을 검색해 보면 인터뷰 형식의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앳홈 대표 유튜브에는 16분에 달하는 개인 인터뷰 영상도 있다.


그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표님의 철학과 마인드가 충분히 설득적인 A-HA가 있었다면,

약간 어설퍼서 오히려 직접 쓴 게 확실해 보이는 댓글들은 Wow였다.




순수한 마음으로 궁금해졌고, 직접 뵙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리고 A의 최종 면접을 포기하는 나의 첫 번째 베팅을 했다.




대망의 최종 면접.

대표님과 1:1 면접이었다.

"제발 나를 알아보고 뽑아주세요."보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요?"를 확인하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1시간 넘게 섬세한 질문이 오갔고

허를 찌르는 질문과 섬세한 꼬리 질문 사이 점점 확신 수준은 강해졌다.



첫 회사부터 지금까지의 이직 사유와 과정을 처음부터 말해주세요.




최근 경력 위주로 확인하고,

지금 이직을 희망하는 사유만 묻는 게 아닌

'처음부터'를 묻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what you eat is who you are”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what you choose is who you are”라고 생각하는 나는

저 질문이

장단점이나 성공/실패 케이스를 묻는 것보다

나를 보여주기에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와 앳홈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에서 대해서는

특히 깊은 공감을 받을 수 있었는데


숨길 수 없고, 속일 수 없는 비언어적 신호들,

대표님의 목소리, 톤, 눈빛, 분위기 같은 것들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진심을 알아봐 주는구나, 이 분도 이 사업에 진심이구나.



앳홈의 미션 "고객의 생활에 행복을 제공합니다."는 단순 선언이 아니구나.

면접 과정 중에 알 수 있었다.


'내 첫번째 베팅은 성공이구나. 나 진짜 앳홈 입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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