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브랜드와의 운명적인 만남에 대하여
바야흐로 3년 전,
대표님이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불안하고 불편한 영역이 많았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끼는 불안함이
이 브랜드의 시작이었어요.
아이가 우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불안의 연속선상에서
육아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언제나 그렇듯
대표님 본인의 경험에서 문제가 인식되어
육아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처음엔 당시 육아하는 사람들의 필수 가전이었던
분유 포트나 젖병 소독기 같은 제품을 검토했다고 했다.
브랜드 이름까지 정했다.
BEBENIX
아이를 뜻하는 bebe와 끝내다의 nix가 결합된 의미로
육아의 어려움을 끝내다,는 대표님의 바람을 직관적으로 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당시 앳홈의 매출 규모는 400억 수준에
운영되는 브랜드만 10여 가지가 넘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던 시점으로
베베닉스는 그대로 홀딩 되어 무려 3년이나
대표님의 "나중에" 서랍 속에 갇혀 있게 된다.
그리고 23년,
베베닉스의 첫 출시 제품으로 젖병세척기가 결정되었다.
(제품 개발 계기는 향후 뒷이야기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수십여 차례의 디자인 수정 후,
디자인의 큰 틀과 핵심 기능, 제품 개발사도 정해졌고
24년 8월, 어느덧 브랜드와 제품의 구심점이 되는 BM(Brand Manager)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가 운명처럼 나에게 왔다.
마침 나는,
담당하던 브랜드의 운영 중단을 주장하던 시점이었고,
마침 나는,
신규 브랜드를 담당해 보고 싶은 오랜 소망이 있던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마침 나는,
유일한 여자 BM이자 19개월이 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었다.
육아하는 워킹맘으로서 문화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 소비자로서의 문제 의식은 넘쳐났고
육아 과정의 희노애락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브랜드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갈 자신이 있었다.
베베닉스는 대표님의 문제의식에서 출발 했지만,
문제의식과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철학을 지지하는 브랜드가 되어,
어떤 의미로 존재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체성은 부재한 상황이었다.
베베닉스 BM으로서 내 첫 번째 과업은
그 정체성을 구체화하고 명문화하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