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에서 창작의 윤리로 저작권을 생각하다.

by 김청라

『일본은 없다』 1,2권(1993년 초판출간)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 1권은 1백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본인의 일상을 생생히 묘사한 내용은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정보였기에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열심히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2012년 대법원은 이 책이 ‘표절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나는 소송이 진행되는 8년 동안 ‘표절’과 ‘저작권 침해’, ‘저작권’이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었다.

이 책 발간 당시에는 일본뿐 아니라 세상 만상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하루에도 다양한 내용들을 담은 수많은 저작물이 쏟아져 나온다. 세상의 모든 분야 정보들을 글, 사진, 영상으로 SNS에 올려 실시간 공유도 가능하다. 누구든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불어 그런 표출물들의 무단 도용 문제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누군가의 것을 아무렇지 않게 퍼가고, 심지어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하기도 한다.

이에 일부 저작자들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을 등록해 법적 보호를 받고자 한다. “이 저작물은 저작권 등록되어 있으니 무단 복제를 엄금합니다”라고 표출물에 경고 문구를 넣어두기도 한다. 저작권 등록은 분명 저작물의 무단 이용을 방지하고 법적 보호를 받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인터넷 공간에서 고의적 무단 복제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소송을 통해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게 된다.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어렵다. 대부분의 창작은 기존의 아이디어나 표현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과 창의성이 더해져 탄생한다.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한 작품일수록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큰 호응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인기를 따라 유사한 ‘모방작’들도 함께 등장하곤 한다.

디지털 시대인 현대, 생성형 AI가 새로운 창작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 도구를 활용해 만든 글, 그림, 노래, 동영상들이 창작물로 나온다. 실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사실적이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하다. 이것 또한 저작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AI 생성물을 놓고 저작권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다.

'AI가 주가 되어 만든 작품은 AI는 사람이 아니므로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가 대세인 반면, '사람이 AI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만든 결과물은 주체가 사람이므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한 작품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사람이 작성한 글·구성을 구분해, 사람이 만든 부분에만 저작권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 영역은 계속 변화할 것이며, 이에 따른 논의와 법 개정도 추세를 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AI프로그램(앱) 회사에서 유료 이용자에게는 상업적 활용을 허용하고, 무료 이용자는 제한적 창작물만 만들 수 있게 한다. 각 회사마다 정책이 다르므로, 앱을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이용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이들 프로그램도 개발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일종의 창작물임을 명심해야 한다.


‘견물생심(見物生心)’, 탐나는 물건은 훔치고 싶어질 수 있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남의 것을 훔쳐 간 어떤 도둑은 본래부터 자신의 것인 듯 행동하며, 원작자의 존재를 지우기도 한다. 원작자는 도둑맞은 사실을 모를 때는 편안하다. 결국 알게 되고, 만드느라 힘들었던 산고를 떠올리며 허탈해하고, 허락 없이 무단 복제 한 자에 분개하고 응징하고 싶어진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선 법에서 규정한 절차와 방법을 알아야 하니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아는 게 힘’이 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하나의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누군가도 그렇게 작업한 끝에 얻은 수확물이다. 남의 것을 도둑질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동의를 구한 후 사용하는 것이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 작품 하나가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정식으로 사용되었을 때, 창작자로서의 자존감은 높아지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은 의욕이 샘솟는다.

창작은 개인의 노력으로 시작되지만, 그 가치를 상호 존중하고 인정할 때, 보다 나은 창작 환경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저작권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이자, 서로를 응원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약속이다.

창작의 윤리는 소유의 문제를 넘어 존중의 문제이다. 우리가 나와 너의 창작물을 존중할 때, 더 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세상을 빛낼 수 있을 것이다.


※ 사진은 2025년 4월 스페이스 나무 카페(양산 소재)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