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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69년생 23화

면사무소

by 김귀자


전화를 받았다. 20일에 군청으로 오라고 한다.

미리 준비한 정장을 입었다.

몸에 맞지 않은 듯했다.

치마, 구두, 하얀 마소재 반팔 마이, 스타킹...

약간은 긴장되고, 주변을 탐색한다. 눈치를 본다.

어렵게 이곳까지 왔다.


나는 두촌면사무소로 명을 받았다.

그중 한명이 내면사무소다. 함께 터미널로 버스를 타러 가는데, 그녀는 표정이 어두웠다.

내면 버스요금이 "서울" 상봉터미널 가는 것보다 비싸다.

홍천 사는 나도 거기를 가본 적이 없다.


면사무소에 도착하니, 그날이 봉급날이었다. 월급을 봉투로 받던 시절이었다.

면장님께 인사를 시켜 주었다. 아버지 성함을 물었다.

'우리 아버지 모를 텐데.', "김자 영도님. 입니다."

"..........."

'거봐 모르지.'

"원동1리라고 했지. 이장이 누구시지."

"권oo 이장님이예요."

"아...~ 알지.'

"우리집은 이장님 집에서 더 올라가다가, 맨 마지막 집 전에 있어요."

면장님은 다리골에 사는 몇명의 호구 조사를 끝내셨다.

산업계로 발영이 났다.


이곳에서 일한지도 4주가 지났다.

처음이라서 낯설기만 했던 이곳 생활속에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상념들이 생긴다.

사람은 강한 존재이면서도 나약할 수 밖에 없음을 느낀다.

모두가 나보다 선배고, 배운것도 많은 것 같다. 처음이라서 모르는 것이 많다.

여기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그것은 나의 행동가짐과, 나의 업무로 평가되겠지.'

'악한 이미지 보다는 선한 이미지로 남고 싶은 것은, 욕심이 아니겠지.

오늘은 일요일이다. 정상근무를 하기 때문에 변함 없이 출근했다.

시간이 더디간다. 서류를 뒤적이면서 업무 숙지를 해본다.

'퇴근하고, 병문안 가야겠다.'


한달이 지나, 첫 직원회의를 했다.

선거사무 종사에 대한 회의였다.

나는 집에서 가까운 원동국민학교로 배정되었다.

공무원은 안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그때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학교로 향했다.

주사님과 참관하러 오신 아랫마을 아저씨와 선서를 하고, 투표함을 봉인했다.

처음 보는 풍경이 참 낯설었다.

6시에 투표가 시작된다. 1등으로 투표를 하려고 줄을 서있던 분과 눈이 마주친다.

동네분들이라 모두 알지만,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나중에 아버지 차례가 되었는데, 그냥 돌아가셔야 했다. 신분증이 없어서다.

아랫마을 참관인 아저씨가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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