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고

A에게

by 하름구늘


며칠 전 술을 잔뜩 마셨습니다. 취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그 순간이 좋아서 한 잔 두 잔 여러 잔을 넘겼고, 그렇게 넘기던 술에 아주 엉망진창으로 취해버렸어요. 참 우습죠? 사리분간도 못하고 취해버렸다는 게. 당신이 봤다면 걱정도 하셨을 거고, 우스워하셨을 수도 있겠어요. 핀잔을 들었을 수도 있겠어요. 울다가 웃다가.. 추태도 그런 추태가 없었을 것입니다. 글로 적는 고해성사도 부끄럽긴 매한가지네요.


행복해서 웃고 그들의 걱정에 울고, 제가 이런 애정을 받아도 되는지 참 죄스럽기도 했습니다. 제가 뭐라고 그렇게 넘치는 애정을 주실까요. 감사하고, 죄송하고, 행복하고. 여러 감정이 저에게 머물며 서로 자리를 양보하던 그런 시간이었네요. 생각해 보니 요즘 제 모든 자리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했습니다. 근래만큼 자주 눈물이 난 적도 없는 듯합니다.

눈물에도 총량이 있을까요?

생애에 흘릴 눈물이 정해져 있을까요?

혹은 해마다 흘려야만 하는 양이 정해져 있을까요?

그 눈물을 다 쏟아내지 못한다면, 다음 해의 제가 넘겨받아야 하나요?

하는 그런 실없는 물음표도 벗을 수 없는 이름표처럼 매달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샘이 마르질 않으니 잠식되어 가려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짙푸름의 색을 안고 가려했던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습이면 또 어떠하나, 받아들이자, 그게 뭐 어떨까 하며. 지금에야 포기에 가까운 상태였다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그 모습이 현재의 저로 변질되려던 그즈음 만났던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더라구요.


- 난 네가 아직 울고 웃을 수 있어서 좋았어


참 우습게도 또 바로 울음이 터져버렸습니다. 그 몇 자가 제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눈물이 나오는데 왜 그리 행복한 건지. 짙푸른 색이 아닌 맑고 투명한 하늘색인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한순간의 하늘처럼요. 가뿐해졌습니다, 여러모로.

저는 저의 짙푸름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거만한 생각이었습니다. 아니더라구요, 아직까지는 짙푸름을 색으로 볼 때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구요. 그 색이 제 마음이 된다면 지금 당장은 견딜 수 없겠더라구요.


앞으로의 제 삶에 짙푸른 마음이 없으리라 기대하진 않습니다. 언제든 저는 다시 검정에 무너지겠죠. 그래서 지금은, 아직은, 투명하게 맑은 하늘로 제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할 듯싶습니다. 좀 더 마음껏 하늘을 사랑할 거예요. 그렇게 수많은 하늘을 사랑하고, 위안받고, 행복하려 합니다.

그러면 언젠가 다시 올 검정도 사랑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사랑할 수 없으려나 하는 두려움도 여전합니다만, 사랑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사랑을 할 줄 알고 싶고, 사랑을 받을 줄도 알고 싶습니다. 그리 배워가다 보면 저는 괜찮을 거예요. 괜찮고 말고요.

저는 다시 충만해졌습니다. 참 아프고 힘들어도 충만합니다. 무슨 색이든 사랑하고, 어떤 하늘이든 사랑할 겁니다.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


A, 당신도 눈물 흘리고 싶었을까요? 그리 아픈 순간들이 많았을까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당신은 부디 조금만 아프시길 바랍니다. 어느 순간이 와도 조금만, 후련해질 정도의 눈물만을 흘리고 훌훌 털고 일어나셨음 합니다. 저는 당신이 흘리는 눈물까지 사랑할 테지만, 그럼에도 행복의 눈물만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어느 곳에 계시든 무탈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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