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에게
이어폰 스플리터를 알고 계신가요? 이어폰 분배기라고 합니다. 비긴어게인을 보셨다면 알고 계실 거예요.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듣는 장면에서 사용됩니다. 그때의 장면과 대사를 좋아하는 것을 당신은 알고 계실 테지요.
조금 전, 그러니까 무선 이어폰이 나오기 전에 우리는 스플리터를 통해 노래를 들었어요. 하나의 구멍에 두 개의 이어폰을 꽂는 게 저에겐 너무 신기했고 굉장한 일이었어요. 특히 야간 자율 학습을 할 때 그만큼 좋은 물건은 없었답니다. 친구와 함께 노래 듣고 싶을 때, 방해 없이 음악을 듣기에 제격이었습니다. 그런 소소함으로 자율 학습을 버틸 때였습니다. 당시의 자율 학습은 어찌나 곤욕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사실 스플리터도 필요 없었습니다. 한쪽을 나눠서 하나씩 끼워 놓은 이어폰이 우리 사이를 가깝게 해 줄 때였으니까요. 지금도 하나씩 나눠서 노래를 듣는다 하지만, 전보다는 조금 자유로워졌어요. 이전에는 하나를 나눠 끼는 순간 우리는 하나가 됐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의 이어폰이 벗겨질라 행동을 조심하고, 하나가 떨어질 새라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때엔 하나를, 하나씩을 나눠 낀 순간에 왜 그리 떨어지기 싫었나 모르겠어요. 끼고 있던 이어폰을 내려두면 되었을 일을. 잃어버릴 걱정도 없던 줄 이어폰이었지만, 당장에 잃어버릴 새라 왜 그리 마음을 졸였던지.
아무래도 제 기억은 그 반쪽을 더 소중히 여기나 봅니다. 방정리를 하다 발견한 스플리터가 반가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반쪽의 기억들로 가득 덮여 버렸네요. 그때의 햇살과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내일이면 다시 볼 수 있었지만, 그 순간은 어찌나 아쉬움 가득한 안녕이었는지. 또 이렇게 좋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C, 당신도 이어폰을 나눠꼈던 사람이 있으셨나요? 당신도 저처럼 그 순간에 하나가 되었는지, 당신은 그때 무슨 노래를 들으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우리 다음엔 유선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까요? 하나가 되게 말이에요. 잃어버릴 일 없지만 잃어버릴 새라 노심초사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거리를 걸어 다니고 고요한 공원에 갈까요? 그렇게 하나가 되면서요.
당신은 지금 무슨 음악을 듣고 계십니까? 저는 문득 당신과 듣던 노래가 생각이 나서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있습니다. 무탈하십니까? 안녕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