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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누가 사는지 아세요?

by Kim Nayo

앞 집에 누가 사는지 아세요?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웃이 누구였냐 묻는다면 네덜란드에서의 이웃 Brinkmann 부부를 말할 것이다.


우리가 같은 아파트로 입주한 것을 알고 앞집의 독일 노부부는 먼저 반가이 인사를 해 주며 무엇이든지 상담하고 도움을 청하라고 호의를 베풀었다.

Brinkmann 씨가 먼저 당신의 집을 보여 주면서 상세한 집 구조와 쓰임에 대해 일러 주었다.

구조는 거의 비슷하지만 본인이 사는 집이니 안전을 생각한 3중 잠금장치의 문이라든지 예쁜 붙박이 장식장 등 여러 가지가 참으로 탐나는 집이었다.


피터는 180이 넘는 장신이고 엘카는 160 정도의 은발이 멋진 할머니이다. 늘 간단한 화장을 하고 다니시는데 참 보기가 좋다.

두 분 다 아침마다 45분씩 머신으로 운동을 한다고 한다.

늘 부부가 함께 다니며 자신과 집 안을 잘 가꾸는 모습이 참 맘에 닿았다.

"우리도 건강하게 저렇게 언제까지 사이좋게 살자."

피터와 엘카는 우리 부부가 다시금 애정을 다짐해 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고나 할까.


한국에서 온 짐을 받고 다 정리가 되자 우리도 Brinkmann 부부를 초대하였다.

토요일 저녁 6시 초대를 했는데 두 분은 6시 20분쯤 벨을 눌렀다.

꽃다발과 아이들 사인펜, 색칠하기 책을 주시며 독일은 선물을 바로 펴 보이고 꽃다발을 주는데 한국은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엘카가 베지테리언이어서 신경이 쓰였는데

다행히도 두 분 다 젓가락질을 훌륭히 잘했고 밥과 김치를 아주 좋아했다.

두 부부 모두 계란 장조림이 가장 맘에 들었는지 요리법을 알고 싶다고 한다.

나도 엘카 씨에게 다음엔 그녀가 좋아한다는 인디언 요리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엘카는 자기 딸의 편지를 가지고 왔다.

편지에 독일 의사가 한국제품인 마사지 의료기를 사서 써보라고 추천했다며 나에게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본다. 마침 내가 잘 아는 것으로 비슷한 지압기를 갖고 있어 하나 드렸더니 너무 고마워했다.

남편이 내가 의료 쪽으로 아주 능하다고 하니엘카 왈, "당신 의사예요?"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 온갖 마사지 기계며 부황기, 침, 뜸..... 상당한 의료기와 건강 운동기구가 어찌나 많던지...

부항은 엘카도 해 본 일이 있다고 한다.

피터도 누워서 두드득 때려주는 마사지 기계를 해 보며 매우 흡족해했다.

난 한국엔 온갖 훌륭한 많은 의료 기구가 있다며 한국제품을 자랑했는데 아마도 우리 집의 많은 마사지 기구들이 그것을 충분히 증명해 주었으리라.

돌아갈 때 김치와 장조림, 홍고추를 약간 싸서 주었더니 한국식으로는 여자들끼리 감사하다고 표현을 어찌하는지 물어본다.

남편이 손을 마주 잡고 흔든다고 알려주어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흔들며 인사를 했다.

누군가 독일인들이 참 쌀쌀맞다고 말하던데.... 어디든 다정한 사람, 쌀쌀맞은 사람은 똑같이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도 3년간 살며 우리는 Brinkmann부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지냈다. 하지만 노부부의 늘 상냥한 인사와 사소한 칭찬들은 기억에 다 담고 있다.


타향살이를 하면서 여러분들께 도움을 받으며 늘 배우는 것은 나도 남에게 고마운, 다정한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좋은 사람과의 추억은 내가 잘 살았다는 귀한 경험, 내 삶의 소중한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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