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다.
처음 보이는 색은 하얀 천장이었다.
하얗고 네모난 등마저 하얗다.
모든 것이 하얗다… 생각했다. 머리 뒤가 욱신거린다.
“괜찮아? ”
처음 보는 남자다.
“어떻게 된 거야. 놀랬어. 괜찮아?”
아니 뭐가 괜찮냐는 거지 이 사람은 …
눈을 다시 감아 버렸다. 눈을 감았더니 그제야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눈을 떴다. 갑자기 무서워진다. 여기가 어디이고 이 남자는 누굴까.
”자기야. 물 좀 마실래? 그냥 더 쉴래?”
뭐라고? 자기야? 나?
”누구세요? 여기 … 어디예요? “
무섭다.
나는 어느 하얀 페인트 칠의 방, 침대에 누워 꽃이불을 덮고 있었다.
“ 무슨 소리야? 자기,
꿈꿨어? “
남자는 다정하게 웃는다. 인상은 좋아 보이지만 처음 보는 남자인데 누구지?
” 아 죄송해요 . 제가 쓰러졌나요. 여기가 어딜까요? “
목소리가 떨렸다. 누구 , 누구 없나 다른 사람 …….
”자기, 왜 그래. 퇴근하고 오니 바닥에 쓰러져 있어서 놀랬어. 뭐 하다 의자에서 떨어진 거야? 병원에 바로 갈까 하다 깨는 것 같길래 잠시 눕혀놓고 보고 있었어.”
뭐라고?
“ 저, 전화 좀 할 수 있을까요?”
“ 전화? 어디에 걸게? 괜찮은 거야? 아픈데 없는 거지? 병원에 가보긴 해야겠다. “
핸드폰을 그가 주었다. 나는 화면을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이게 말이 돼?
폰 메인 화면에 나와 이 남자가 함께 껴안고 웃고 있다.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이 남자와 결혼해서 일본, 오사카에 살고 있단다.
신혼 4개월 차.
결혼하자마자 이 사람을 따라 오사카에 신혼집을 차렸다네?
엄마 아빠를 놔두고 내가?
딱 결혼 전으로 가 있는 단기 기억상실이라고 병원에서 판정받았다.
일본어를 통 알길 없는 나로서는 이 남자 말을 믿어야 했고 엄마와 통화하고 나서야 더더욱 확실한 증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 기억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홍경신과 사귀는 중이며 작은 회사의 계약직으로 있는 중인데 실상은 이 늙은 아저씨와 결혼해 오사카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어머 , 어머 이게 말이 돼? 내가 이런 늙수그레 한 아저씨랑 결혼했다고? 그럼 경신이는?
두근두근거리며 점차 속이 체한 듯 답답해진다. 우리 왜 언제 헤어진 거야.
엄마가 바로 오사카로 오시기로 했다.
작은 방 2개의 이 집은 정말 인형이 사는 집처럼 모든 게 귀엽고 작게 이쁘게만 꾸며져 있었다. 모든 게 2개씩이다. 이 남자는 이 황당한 상황에 나를 보는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억지로 미소를 보였 다했다.
출근 후 중간중간 메시지를 보내온다.
‘차분히 사진을 보며 잘 생각해 보면 기억이 날 거야. 잘 먹고 잘 자면 될 거야. 어머니 오시면 이야기 잘하고 기억을 찾자. ‘
사진 ….
나는 이 모든 게 꿈이거나 아니면 외계인에게 납치당한 후 시험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별 상상을 다했다.
바닥이 타일인 부엌에서 뭔가를 꺼내려다가 높은 의자에서 떨어졌는데 떨어지면서 뒤쪽 머리 위를 싱크대 끝에 정통으로 맞고 또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것 같다고.. 추측을 했다.
머리 뒤에 큰 혹이 있고 뇌출혈이 살짝 있었으나 큰 문제는 없다고.
아니 큰 문제는 바로 사라진 내 알 수 없는 시간이다. 2020년을 어제로 기억하고 있는 나. 지금은 2024년.
홍경신. 너 나 버린 거야? 우린 왜 헤어진 거야? 매일 만나고 자기 전까지 톡 하며 서로 보고 싶어 하며 지금도 내 마음은 이토록 애틋하게 네가 보고 싶고 널 미치도록 좋아하는데? 어제까지 우린 너무 뜨거웠는데 …. 이제 우리가 함께가 아니라고?
몇 안 되는 결혼사진.
드레스도 엄청 촌빨 날리는 진주 달린 평범한 말 그대로 웨딩드레스. 이거 누가 고른 거니 … 묻고 싶었다.
이 남자와는 1달 만에 결혼해 바로 오사카로 왔다니.. 설마 이건 소위 그 복수 결혼?
그러고 보니 단기 기억상실증. 이런 케이스의 영화도 꽤 많지 않았던가? 아니 이 일생일대 중요한 결혼-이 시기를 영원히 기억 못 하고 이렇게 찜찜하고 불안정한 마음으로 그냥 살아야 한다고? 이 타국에서 낯선 그, 이, 와?
그는 출근을 해야 했고 나는 집 안을 뒤지가 시작했다
그러다 절친 미란이와 통화를 해 본다.
“미란아~!”
눈물이 왈칵 나왔다
미란이는 장난치지 말라고 화까지 내다가 내 서러운 울음에 점점 의심을 풀기 시작했다
“경신 씨? 나도 몰라. 난 네가 헤어졌다는 말도 안 해줘서 몰랐어. 그냥 갑자기 니 결혼 통보로 다들 놀랬지. 네 연애 사정은 너밖에 몰라. 무슨 비밀이 그리 많았니. 너 결혼 청첩장도 안 만들고 1달도 안되어 결혼 후다닥 해 버렸잖니. 나도 궁금하다. 내가 절친 맞니? “
아니 미란이에게도 말 안 하고 비밀로 했다? 그렇게 우리가 헤어졌다고?
경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 수도 없고..
당연하게도 내 새 전화기에는 경신의 전번도 톡도 없었다.
갑자기 어제라고 생각되는 경신과의 따듯한 시간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경신이는 늘 내 손을 잠깐이라도 놓지 않고 꼭 잡고 있었고 남 시선도 아랑곳 않고 수시로 내 손등에 입맞춤을 해 주었다. 그가 늘 내 손을 깍지를 끼고 잡는 것이 사실은 매우 불편했지만 그래도 왠지 신나고 즐거웠다.
첫 키스에서 … 나는 말랑한 귤이 내 혀에 들어오는 감촉이 신기하고 좋았다. 그와의 키스, 모든 터치가 내 세포 하나하나 건드리듯 강한 자극이었다.
슬쩍슬쩍 스치면서 느껴지는 그의 귀여운 하얀 부드러운 피부도 짱구머리의 옆모습도 볼수록 너무나 사랑스러웠는데…..
너무나 보고 싶은데…….
한데….
이 아저씨와는 도대체 어디서 만나 왜 결혼을 그렇게 순식간에 한 거냐고.
엄마 말로는 오사카 주재원으로 발령이 난 그와 선을 봤다. 급히 따라가야 해서 비자를 받기 위해 결혼 신고를 먼저 하고 결혼식은 1주 뒤,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겨우 2박 한 뒤 서울로 돌아와 인사만 하고 바로 오사카행 비행기를 탔다나.
믿을 수가 없다. 내가 그랬다고? 왜?
다시 사진을 보았다
내 … 남편?
나보다 6살 연상에 너무나 삼촌뻘 분위기의 촌발 날리는 새까만 피부의 남자다.
첫날 -내가 기억을 잃고 깨어난 날 같이 자야 하는 부담감에 울먹이니 그 사람은 소파에서 자 주었다. 나를 위로한다며 안으려고 해 내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울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통곡을 하고 싶었다.
엄마랑 통화를 해 확인을 했어도 이 사람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기 너무나 힘들었다 게다가 일본이라고?
집에 일본어 기초 회화 책이 잔뜩 있는데 난 정말 하이, 아리가또 밖에 모른다.
아 … 일어 공부까지 해야 한다는 거야 이 엄청난 상황에서?
돌겠다.
집 밖을 나가기가 무섭다. 작은 아파트인 이 집은 정말 귀엽긴 하다 너무나 작은 냉장고에는 먹거리가 꽉 차 있었고 그이가 요리를 계속해 주었다. 캐배추에 돼지고기를 볶아 밥에 올려 주고 미소된장국을 끓여 줬는데 돼지고기에선 내가 너무나 싫어하는 누린내가 났다.
뭔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남편이란 남자 혼자 떠들고 난 머릿속이 멍 할 뿐이었다.
이 엄청난 어색함 속에 그가 늘 마지막으로 붙여하는 말,
“잘 먹고 잘 자면 괜찮아질 거야 ”
그 말이 왠지 우습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심란한 이틀이 지나고 드디어 엄마가 오셨다.
그래. 남편은 남편이니 남편이라 불러 주자.
남편이 월차를 내고 엄마를 모시고 왔는데 엄마의 어느덧 한층 더 늙어버린 모습에 또 충격을 받았다
정말 난 어떻게 된 거지. 눈물만 나고 뭘 먼저 물어봐야 할지 마음이 너무 복잡해졌다. 아빠도 곧 오신다는데 괜찮다고 사양했다. 이 작은 집에 부모님 두 분까지 함께 있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아빠가 오신들 내 기억이 확 돌아오겠냐고. 안방 말고 남은 작은 방 하나는 완전 창고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편- 눈치가 보여 크게 싫은 내색은 못하고 엄마에게 홍경신 이야기를 빨리 물어보고 싶어 애가 탔다.
뭉그적거리다 남편은 다시 회사로 갔고 엄마는 바로 내 손을 붙드셨다.
“너 설마 쇼하는 건 아니지? “
“뭐? 엄마, 너무해. 이런 걸 왜 쇼해. 홍경신은 어떻게 됐어? “
”홍경신 같은 소리 하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헤어졌으니 이서방과 결혼한 거잖아. 홍경신은 잊어. 정신 차려야지. 정말 기억 안 나? “
그래. 엄마는 경신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보다 4살이나 어리고 아무런 준비가 없는 박사과정의 학생이었으니.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아니 그러니까 왜 어떻게 헤어졌어 경신이랑? 경신이도 나 결혼한 거 아나?”
“몰라. 어느 날 경신이 안 만난다고 펑펑 울고불고하더니 첫 선 보고 결혼한 거 아니야. 너 경신이에게 복수한다고 그냥 막 결혼한 거 아니니? 난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
뭐야. 엄마도 모른다? 엄마의 잔소리를 종합해 보건대 엄마는 이서방이란 작자도 매우 맘에 안 들어하는 눈치였다.
” 아주 극과 극을 논다. 4살 연하에서 6살이나 늙은 남자 만나 해외까지 나와 살고 이게 뭐냐. “
엄마의 푸념이 끝나지 않아 나는 더 혼란스러웠다. 나는 거의 모든 걸 엄마에게 일러바치는 약간, 20%쯤 모자란 마마걸인데 엄마에게도 경신과 헤어진 이유를 제대로 말 안 했다고? 엄마가 정말 모른다고? 그럼 정말 그 유치한 복수 결혼이란 걸 진짜 한 거야?
경신이는? 경신이는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뭐 하고 있냐고! 내 사랑 홍경신!
나는 또 울고 싶었다. 그러나 눈물이 안 났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답답하고 뭔가를 쏟아내고만 싶었다.
남편은 마루 소파에서 자기로 하고 핑크 꽃무늬 이불 덮고 엄마랑 나는 안방 침대에 누웠다.
“ 마음 편히 먹고 기억 찾아야지. 이서방이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히겠냐. 이걸 어쩜 좋아. 내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도 없고 내가 있다고 뭐 도움이 될까. “
엄마는 나름 멀쩡한 나를 보시고 안심은 되셨는지 빨리 돌아가시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이 좁은 집에서 저 사람 눈치를 보며 있기 불편하시겠지. 엄마가 풀어놓은 짐만으로도 집이 꽉 차 어수선 했다.
경신이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엄마에게서는 더 이상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경신이를 소개해줬던 윤선배의 동생도 사실 난 이제 모른다. 윤선배에게 전화해야 하나. 뭐라고 하지. 결혼사진 속에 없던데 …….
나는 이민수랑 3번째 만나고 결혼을 하겠다고 했단다. 중매쟁이가 재촉을 해 외국 발령 난 사람이니 결혼할게 아니면 바로 헤어지라고 했다고. 한데 난 순순히 결혼하겠다 하고 회사도 바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계약직이 4개월 남아 곧 정규직을 신청할 계획이었는데 … 그래. 그깟 회사 때려치우고 싶었지. 그게 문제가 아니다. 홍경신 소식을 도대체 어디서 들어야 하냐고. 윤선배 톡을 몇 번이나 열어 봤는지 모른다. 뭐라고 말을 하며 물어봐야 하지. 연락 안 한 지 오래됐는데 ……
이민수. 이 아저씨 어디가 어떤 점이 좋아서 난 결혼까지 한 걸까? 게다가 아무리 가까운 나라라고 해도 일본을 따라오다니?
경신이를 잊기 위해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거야? 도대체 알 길이 없다.
내 사정을 내가 모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경신이는 박사과정을 끝내고 어디로 갔을까. 교수가 되고 싶어 했는데… 학교에 남았을까. 경신이 학교에 알아봐야 할까.
뒤통수를 만지며 마사지를 해 봤다. 아직도 욱신거려 짜증이 확 났다. 엄마는 나보고 살쪘다고 잔소리를 하시는데 내 보기엔 엄마야말로 기억 속보다 살이 꽤 쪄 있어 더 늙어 보였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안 나온다
의사는 건강상 문제가 없으므로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했다는데 만일 이대로 기억이 영원히 안 나면?
이 남자와 나는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왜 결혼을 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는 채 이 강압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건가.
엄마는 나를 신신당부하며 결국 떠나셨고 나는 이 집에서 여전히 가장 부자연스러운 , 그저 집 지키는 강아지 꼴이었다.
단 하나의 기억조차 안나는 집 안의 물건들. 그나마 적은 개수의 옛날 입던 옷가지가 있을 뿐 모든 것이 낯선 물건이다
게다가 4년 전보다 약간 통통 해 진 내 얼굴. 이까짓 것 곧 살 빼면 된다.
어떻게 홍경신을 찾을까 , 이 문제가 가장 급하고 중요했다.
비밀스러운 이별,
순응할 수 없는 결혼.
내가 첫눈에 이 아저씨에게 반했을 리가 없는데 ……..
꼼짝없이 남편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주어진 나에게 그 좋아하던 드라마며 영화조차도 관심이 안 갔다.
일단 일본에서 사귀었다던 지인들을 남편과 함께 다 차단했다. 이런 심리 상태에서 만나 뭐 하겠나 싶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내 상태를 알리고 동정받긴 더 싫었으니……
나름 혼자서도 사진첩을 뒤적이고 기억을 찾아보려고 애썼다.
경신.
왜 우린 헤어졌고 왜 난 이리 급하게 저런 아저씨와 결혼해 해외 나와 있는 거지? 한마디 못하는 일본으로?
이건 누구에게 물어 답을 찾을 수 있는 걸까? 경신이에게 전화를 직접 해야 하나?
한데 용기가 없다. 왜냐면 난 유부녀… 이니까. 아오. 이걸 어쩌냐고. 왜 결혼했냐고.
왜 경신이랑 헤어졌냐고 누구 잘못이냐고.
지난 4년 난 도대체 뭘 한 거냐고.
저녁이 두려웠다.
처음엔 남편이 밖에서 자주 었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는 같이 잘 수밖에.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인 상황에서 그가 스킨십을 시도하자 난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봐, 이봐.
이 남자에게 자동 거부감이 들잖아. 사랑이 아니야 , 이 결혼은 ……
나도 내가 이렇게 시끄러운 여자인지 몰랐다. 그가 계속 스킨십을 시도할 때마다 앙칼진 비명이 절로 나와 스스로도 놀라고 민망스러웠다. 이 작은 집에서 지르는 비명은 4층 아파트 전체에 다 울릴지도 모른다. 하 …. 어쩌지. 울고 싶네 물론 눈물은 안 흘리지만 ……
그래, 울어봤자 머리만 아프지 울긴 왜 울어.
결국 윤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 뭐야 , 너 결혼해서 일본 갔다며. 왜 결혼 이야기도 안 했니? 내 동생? 내 동생은 너보다 더 일찍 결혼해서 싱가포르 살잖아. 뭐 경신이? 들은 바 없어. 내 동생도 더 이상은 모를걸. 결혼 후 회사도 그만뒀고 더 이상 연락 안 할 거야. 그 연결해 준 회사 동료랑은… 아니 결혼했는데 왜 옛날 남자를 찾아. 그냥 잊어. 새 생활에 뭐가 도움 되겠니. “
윤선배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매우 냉정히 바른말만 해 댔다. 아, 이래서 내가 전화를 망설였던 거야.
이 도덕 선생 척하는 윤선배. 전화를 빨리 끊고 싶어진다.
”니 덕에 나도 일본 롤러나 가보자. 몇 년 있는다고? “
윤선배에게 더 이상 나올 답이 없다. 설사 그 동생이 소식을 알고 있더라도 절대 알아봐 주고 알려줄 성품이 아니다.
“야, 정신 차리고 남편에게 집중하고 잘 살아. 그 어린애보다 니 남편 조건이 백 배 낫구만. 집도 부자라며? 잘 잡았구만 .”
아니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냐고.
그러나 꾹 참고 웃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소개자도 친구들도 다 모른다 …….?
이게 … 이게 뭐지.
경신이 친구 연락처도 하나 모르고.. 4년이나 지났으니 박사 학위는 땄겠지? 강사를 하고 있을까? 어머 , 얘도 결혼한 거 아니야?
이 생각이 들자 내가 왜 경신이를 찾아야 하는지 찾아서 어쩔 건지 혼란에 빠졌다.
그래. 난 이민수 아내이고 그렇게 살아야 해.
일어 교본을 보자 머리가 아파온다.
“바까, 바까! 돌겠스므니다! ”
오로지 경신이 생각뿐이다.
알건 알아야겠다.
“엄마, 나 내일 서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