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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콩나물

by Kim Nayo

우리 밥상에 늘 김치가 있듯이 또한 자주 올려지는 야채가 있다면 무얼까.

한국인 모두가 좋아하는 대표 나물을 하나 꼽는다면 그것은 값도 저렴하고 맛도 있는 콩나물이 아닐는지.

미국에서 첫 신혼살림을 시작한 나.

나름대로 새색시답게 신랑을 위해 동동거리며 시간을 들여 저녁 준비를 하곤 했는데 늘 그 콩나물이 문제였다. 콩나물을 다듬고 씻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던지.

그 어느 날도 오전부터 콩나물을 하나씩 송송이 빼서 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전화를 받고 갑자기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 오후 늦게 돌아와 보니 애써 힘들게 손질한 콩나물을 그대로 내팽겨 놓은 채 나간 대가가 너무 참혹했다.

볕이 상당히 강한 거실에서 종일 햇볕을 받은 그 콩나물들이 시들새들 말라비틀어져 색까지 바래 완전 풀 팍~죽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남편이 돌아오자 더욱 속상해져서 눈물까지 날 지경.

“자기, 콩나물이 너무 미워.”

뿌리에 더 영양가가 있다는 말도 있던데 새댁이던 나는 늘 엄마가 깔끔이 다듬어 요리해 주던 콩나물만 기억했었기에 미처 그냥 요리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지 못했었다. 늘 콩나물을 볼 때마다 콩나물이 너무나 밉던 그날이 떠오른다.

필리핀에서는 워낙 야채들이 좋지 않았고 한국 마켓이 잘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싱싱한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토양 탓인지 야채이고 고기이고 맛이 다 좋지 않았으니......

같은 솜씨를 낸 것 같은데 미국에서 해 먹던 맛이 나는 음식이 전혀 없었다.

콩나물 역시 똑같이 무쳐도 그 맛이 아니었다.

생선 조림을 하다가 콩나물을 넣고 해 봤더니 콩나물 맛이 훨씬 좋아져서 제법 먹을 만했다.

네덜란드로 와 보니 가장 추천할 만한 음식은 돼지 삼겹살.

역시 이 삼겹살에도 콩나물 요리법이 있다.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썬 양파를 깔고 콩나물을 깔고 삼겹살을 올린다.

고추장 양념(간장, 미린, 굴소스, 마늘, 생강, 고춧가루, 고추장)을 마지막으로 위에 얹히고 약한 불에 10분간 익힌다. 뚜껑을 열고 일단 밑의 국물이 어느 정도인가 확인한 후 콩나물에서 나온 물이 너무 많다 싶으면 따라 부어 버린다. 마지막으로 센 불에 양념을 뒤집어 골고루 섞어 볶아 먹으면 콩나물도 맛 좋고 고추장 삼겹살 맛도 최고. 빨간 피망과 파란 고추를 썰어 넣으면 색도 아주 이쁘고 먹음직스럽다.

자, 이 어찌 이렇듯 위대한 콩나물을 찬양하지 않으리오.


해외에서 살다 보니 가는 곳마다 그 먹거리 취향이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김치나 된장, 고추장을 기본으로 평소 먹던 것을 찾아 요리를 하지만 확실히 그곳 먹거리에 따라갈 밖에.

시장도 로컬 슈퍼마켓, 한국 마켓, 중국마켓, 수산 시장, 정육점 등을 두루두루 따로 다녀야 하니 사실 내 해외 살이는 장 보기가 거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 볼 때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기도 하지만 지갑이 가벼워짐에 따라 장바구니와 마음이 무거워지나니.

그래도 늘 궁금한 건 다들 무얼 먹고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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