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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생존기12.

-책방의 특별한 손님2

by noodle

책방이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날은 비밀의 방에서 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안쪽에서 클래스를 진행 중이라 문을 살짝 닫아두고 바깥 공간에서 혼자 머물러 있었는데, 손님이 책방을 찾았습니다. 동글동글한 귀여운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프랑스어를 공부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나는 프랑스어에 대해 아는바가 별로 없으므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손님을 잡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전문가인 언니가 나와 제대로된 응대를 할수 있을테니까요.

나는 손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은 이야기가 꽤나 잘 통했습니다.

책방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여서 나는 손님들이 책방의 인테리어를 칭찬해 주는 일에 한참 신이나 있었으므로, 그날도 어김없이 인테리어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가 흘러갔습니다. 그러다 플레이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기어이 내 휴대폰을 꺼내어 내가 친구들을 초대한 상차림이며 플레이팅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나이가 들수록 후회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에 심취하여 상대방에게서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을 때인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날 내가 휴대폰을 꺼내어 자랑한 일이 두고두고 부끄러웠습니다.) 손님은 그저 나의 플레이팅을 칭찬해주고, 공감해 주었습니다.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에 종종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때 상대방이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하지만 이 어리석은 인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실수를 매번 저지르고 맙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능력자들이 존재하고 나의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재주는 이제 막 취미 생활에서 세상으로 드러나 깎여지지 않은 날 것의 모습으로 첫 시도를 하고 있을 뿐인 것을요.

손님은 어마어마한 플레이팅 장인이었습니다. 플레이팅 뿐 아니라, 요리 솜씨가 엄청나서 가지고 있는 그릇 하나하나 그녀의 취향과 감각이 어우러져 고급스럽고 예뻤습니다.

그녀의 공간 역시 너무나 근사했습니다. 물론 나의 취향도 내 나름의 색깔로 존중받아 마땅하긴 하지만, 정작 전문가 같은 그녀 앞에서 나의 취향을 부끄러운줄 모르고 떠들어 댄 것 같아 두고두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사이가 좋아보이는 남편과는 결혼한지가 조금 되었는데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우리 책방에는 책방지기 언니의 아이넷 나의 아이 둘 다산의 기운이 넘쳐나므로, 그 기운 나누어 주겠노라 진심담아 응원을 건넸습니다.

자세히 보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 이 사진이 나는 참 좋습니다.

그 후에도 그녀는 가끔 책방을 찾았습니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지하철을 타고 혼자, 때론 남편이 태워다 주었다고, 서슴지 않고 달려와 주었습니다. 그녀는 손으로 하는 일에는 전부 재능이 있는지 그녀가 카메라로 담아낸 책방 사진 또한, 전문가의 그것 처럼 아주 멋졌습니다. 나는 그 사진 들 중 하나를 골라 내 프로필 사진에 담았습니다.






금손으로 담아준 책방의 연말 파티.

책방이 두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와인 파티를 열었을 때에도 그녀는 책방을 찾아 연말 파티를 함께 해 주었고 우연히도 그녀의 생일 즈음이라 책방을 찾아주신 다른 손님께서 그녀에게 생일 축하 연주도 선사해 주셨지요.

그리고 그 겨울 이후 우리는 잠시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책방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이렇게 먼 거리를 무리해서 여행하면 안되는 상황이 그녀에게 생겼으니까요.

얼마전 그녀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아장아장 걷는 아이와 손을 잡고 책방을 찾을 날이 머지 않아보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는 여기에서, 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을께요.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서로 힘내기로 해요.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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