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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생존기15.

-책방의 숨은 조력자들1.

by noodle

어릴적 나의 언니는 내게 우상이었습니다. 두살 터울의 언니는 학교의 유명 인사였고 동네의 인기인이었어요. 언니는 어린 나이에도 성격이 좋아 친구들과 두루두루 어울렸고, 무엇보다 반짝반짝 예뻤습니다. 지면을 빌어 확인해주지 못해 안타깝지만(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커밍아웃 해드리지요.) 우리 언니는 당시의 유명한 일본 배우 '철도원'의 주연이었던 히로스에 료코와 꽤나 닮았었습니다. 게다가 길게 뻗은 곧은 다리와 새하얀 이목구비가, 동네의 인기를 휩쓸기에 충분했어요. 반면, 나는 11살에 당시로서는 꽤나 일찍 안경을 꼈고, 심각한 악성의 곱슬머리를 가졌으며, 외모로는 어디에 승부처를 내놓을 만한 그런 여자아이가 되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나는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러한 사실이 나를 꽤나 주눅들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확실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는 아니었으니까요. 고작 열살의 여자아이에게 외모란, 그렇게 무거운 무게였을까요? (아니요. 생각해보면 이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나중에 좀 더 나중에 이 이야기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나의 나르시스트 엄마에 대한 이야기에요.)

어쨋든 나는 딱히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는 아니었으며 나의 언니는 학교와 동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예쁜 언니였지요. 언니와 나의 서사만 읊어도 아마 10화는 족히 이야기할 수 있을겁니다. 허나,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나의 굵은 주제는 책방 생존기이므로, 정신을 붙들고 여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세월이 흘러 언니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나는 언니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당시에 유행하던 하이틴 드라마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니는 늘, 이야기의 중심에 있었지요.

언니가 만들어준 책방 엽서

언니는 어릴 때 부터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미술을 전공한 언니는 편집디자인 회사에서 일하게 되었고, 후에는 작은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언니가 만든 회사가, 내 책방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냐구요?

책방리브레리의 명함도, 크리스마스 카드도, 책방의 노트도, 행사 때마다 유용한 플래카드도, 예쁜 엽서도 전부 언니 손에서 나왔습니다. 책방에 딱 적절하게도! 언니가 하는 일은 편집디자인으로 책을 만드는 일이었으니까요!!



행사때마다 너무 유용한 언니의 플래카드

하지만 정말 중요한 서포트는 사실, 다른 곳에 있습니다. 외부 행사가 있는데 아이들을 봐 줄 남편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늘 언니에게 SOS를 칩니다. 사실 책파는 행사에는 아이들을 데려가서 이것 저것 경험 해보게 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그 때마다 언니는 조카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구경도 시켜주고 바쁠 때엔 일손도 거들다가 적절할 때 빠져줍니다. 그러면 모든 행사를 마치고 우리는 함께 즐거운 저녁 회동을 할 수가 있지요. 지난 신촌글로벌대학문화축제 때에도 언니가 아이들과 함께 와서 저녁엔 다같이 홍대 뒷골목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언니 덕분에 행사에도 참여하고 아이들과의 시간도 챙길 수 있어 몹시 고마웠습니다.

1박2일의 행사를 위해 홍대앞에서 하룻밤을 함께 했습니다.

뿐만아니라, 내가 비행기에서 연락이 두절되는데 급하게 손님께 연락해야 하는 상황엔 언니에게 먼저 전화합니다. 언니는 오랜 사회생활 덕분인지 알아서 적절하게 잘 대처해줍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우리 언니는 무슨 원더우먼같네요. 항상 고마운 마음에 조금의 아부를 더한, 책방의 조력자들 1탄. 나의 언니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않고 오래오래 갚아볼게요. 고마워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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