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0일
아침에 커피 한 잔에 크롸상 하나 먹는 기쁨도 포기하고, 국수 덕후의 왕좌도 내려놓고, 소화제 같은 제로 탄산 음료, 그토록 사랑했던 마가레트, 누네띠네, 빼빼로를 포기한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설탕, 밀가루, 카페인에 더해 인공감미료들은 나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철저히 황폐하게 만들었다.
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끊지 않겠다고 사랑하는 마음을 꼭 쥐고 있었다.
췌장도, 간도, 피부도 걱정이 되었다.
설탕, 밀가루, 커피를 끊은 후기를 보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피부에서 빛이 난다'라고 했다. 식곤증도 사라졌고, 군것질하는 습관도 교정이 되었다고 한다.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음모가 있을 거라고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다.
5월 19일도, 21일도 아닌, 왜 5월 20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날 갑자기 나는 칼을 뽑은 알렉산드로 대왕이 되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잘라버린 것이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 봐도 풀리지 않던 매듭이었다.
과자 코너를 지나가며 마가레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의 갈등, 누네띠네 한 박스를 앉은자리에서 먹어치웠을 때의 충격, 군대도 아닌데 몰래 숨어서 먹었던 초코파이.
내가 사랑하던 설탕과 밀가루 범벅들은 합이 맞지 않는 2인 3각 달리기 같았다.
자꾸자꾸 나를 넘어뜨리고 점점 더 식이장애의 지름길로 인도했다. 비만은 문장을 완성하는 마침표와 같았다.
단칼에 잘린 고르디우스의 매듭으로 인해 나의 몸에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더 이상 소장이 팽창하는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
피부는 지자랑이긴 하지만 원래 좋은 편이어서 크게 달라진 건 모르겠다.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홍조가 좀 가라앉은 거 같다.
그리고 몸무게.
드디어 3킬로가 빠졌다.
나도 이렇게 과자를 안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다이어트의 결심으로 이어졌다.
작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스위치온 다이어트'가 생각났다.
그때는 이 책을 '유니콘을 만난 동화책' 정도로 여겼다.
책을 덮으며 입에서 방언처럼 튀어나온 말.
참나,
설탕, 밀가루, 커피를 다 끊으라니요, 선생님
무슨 말도 안되는......
그런데 지금 내가 그것들을 다 끊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그 유니콘 한 번 만나보고 싶어졌다.
내 몸을 '지방을 대사 하는 몸'으로 '스위치 온'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 '스위치 온' 다이어트 1일 차를 시작했다.
이 다이어트법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의견도 많은 걸 안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뿐이 아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량 후의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 계획이 있다.
그것은 '설탕, 밀가루, 카페인 계속 끊기'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장기 내부기관에서부터 정신까지, 실보다 득이 많다는 걸 알아버린 이상 그만둘 수는 없다.
한 달의 기간 동안 나는 과연 유니콘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