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기념' 저작권 글 공모 / 브런치X저작권 위원회
제목_ 내가 살아낸 시간의 소중한 증거(산문)
2025년 4월의 시간 들이다.
4월은 온갖 봄꽃이란 꽃은 다 피는 그런 달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봄의 느낌들이 생동한다.
"봄 봄 봄"
"봄"이라는 한 단어 자체 만으로도 나는 마냥 기대감에 가득하다.
언제나처럼 유년시절 할머니댁의 그때의 추억들로
뜻 모를 아련함과 설렘의 향수에 젖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을 대부분 할머니 댁에서 지냈는데 그 이유는
내게는 두 살 터울 언니가 있고, 연년생으로 남동생이 있다.
또 그 아래 세 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는 탓이었다.
유년 시절 할머니 댁 가장 양지바른 봉당
평평하고 빛깔 고운 아주 예쁜 감성의 색
그런 황토 땅에서 따뜻한 봄날 소꿉놀이하던 추억들
손녀딸 목말을 태워주시던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장에 다녀오시는 날에는
왕 사탕과 과자를 누런 종이봉투 한가득 담아 오셨다.
화롯불에 자글자글 구운 고등어, 보글보글 청국장,
찹쌀 풀에 조물조물 빛깔 고운 매콤 달콤한 무생채,
살얼음 낀 아삭아삭 깍두기
무쇠 솥뚜껑에 배추전이며, 호박전이며,
부추전이며 온갖 맛난 것을 매 끼니 해 주셨던 할머니.
유년 시절 알고 있는 동화의 대부분은
할머니께서 매일 밤마다 들려주셨던 이야기들이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께서는
불교 경전 속의 이야기들을 맛깔나게 가미하여 내게 들려주곤 하셨다.
때론 그 이야기가 무섭기도 했고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울음보를 터트리기도 했다.
아랍의 무명작가들이 쓴 서민문학, "천일야화"처럼
나는 매일매일 할머니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자는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푸근하고 마냥 행복했다.
작은 방, 낡은 장판, 하얀 겨울밤.
할머니는 자그마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때마다 나는
이야기가 사라질까 봐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숨죽여가며 귓가에 숨소리 하나까지 새기듯 들었다.
존재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조금 비틀리고, 모자란 문장일지라도,
그 안에는 내 삶이 고스란히 농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요즘 같은 AI 시대에
'글쯤이야, 뭐.'
그러나 나는 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진솔하게 표현해 본 사람이라면
'그 말이 얼마나 초점 없는 눈동자와 텅 빈 미소 같은 감정을 거래한 글과 같은 말이라는 걸.'
하나의 글이 탄생하기까지는 저마다 살아가는 길,
그 길에서 만난 무수한 것들,
한정할 수 없는 시간과 오롯한 집중, 무한한 기다림과 노력,
수십 번의 정제를 번복하며 느리게,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매 순간 열정으로 드디어 열매 맺은 결과물이라는 걸.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내 글을 누가 읽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 어느 날, 딸내미에게 전화가 왔다.
" 엄마 진솔한 글 정말 좋아. 근데 엄마 글이 여기저기 퍼져 있어요.., "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엄마, 한국저작권위원회 사이트 회원가입 하고
‘저작권 등록’ 메뉴 클릭 해서 엄마 글 파일 업로드해.
엄마 저작권 등록 방법이랑 사이트 카톡으로 보내드릴게요."
딸내미와의 통화 종결 후, 서둘러 검색창에 내 글의 한 조각을 입력했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익숙한 문장들.
'이렇게 표현할까? 저렇게 표현할까?' 긴긴 시간 꼼짝없이 앉아서 탄생시킨 문장들
지우고 다시 쓰기를 번복하면서 마음을 다해 쓴 글들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나만의 색채로 탄생된 문장’이라고 자축하며
감개무량한 벅찬 마음으로 완성했던 내 문장들이,
누군가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출처도 없이, 이름도 없이 떠돌고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나는 얼마나 많은 고뇌와 번민을 했던가.’
‘이 문장을 만들려고,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가슴과 머리를 움켜잡았던가.’
"안녕하세요. 제 글을 사용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출처 표기 혹은 삭제를 부탁드립니다.
이 글은 저에게 자식 같은 존재입니다. 살아 있는 시간의 기록입니다. “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떨리는 손으로 글을 남겼다.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침묵은 또 다른 상처가 되어 가슴에 내려앉았다.
그때 알았다.
단순히 부탁만으로는,
내 글을 지킬 수 없다는 걸.
그래서 저작권에 대해 학습했다.
내 모든 글을 쓸 때마다
날짜를 명확히 기록하고,
원본 파일을 안전하게 보관하며,
고유한 표현을 내 이름으로 남겼다.
그리고 저작권 등록 제도를 이용해 글을 공식 등록하고,
플랫폼에 보호 요청을 직접 제출했다.
브런치스토리,블로그, SNS에 "글쓴이 이름, 무단복제 금지" 문구를 달았다.
그건 내 글을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할 수도 있다.
"좋은 글이면 퍼가는 거지, 뭐 어때."
그러나‘무단 퍼감’은 옳지 않다.
하나의 문장은,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해 나온 고유한 상징물이기때문이다.
그것을 지키는 일은,
내 마음을 존중하는 소중한 실천이기도 하다.
책과 저작권의 날,
내겐 그동안 무심했던 마음을 재정비하여 각성하는 계기가 된 날이기에
대단하고 참 의미가 있는 뜻깊은 날이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새기고 있다.
"내 이야기를 사랑할 것.
그리고, 남의 이야기도 존중할 것."
우리가 쓰는 모든 말들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시간이 쌓이고, 희로애락이 더해져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늬를 남긴다.
아무도 대신 살지 못한 삶이기에 저마다 써야만 한다.
그걸 빼앗거나 흉내 내는 일은, 그 글을 쓴 사람의 삶
그리고 무단 도용자 모두의 인생을 가볍게 여기는 행위이다.
저작권은 권리 이전에 존중이다.
내가 지켜야 내 것도 지켜진다.
서로의 이야기를 무겁게 대하는 사회, 그게 우리가 지켜야 할 작은 질서다.
저작권은 법 이전에 마음이다.
나를 아끼듯, 타인을 아끼는 일.
서로의 서툴지만 소중한 세계를 지켜주는 소리 없는 약속이다.
지금 이 시간 조용히 내 마음을 기록한다.
천천히, 한 글자, 한 문장을 그리고 한 편의 이야기들을 심는다.
내가 살아낸 시간의 소중한 증거들이여!!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