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주빛
수많은 사연을 삼킨
오래된 쇠덩어리.
덜컹덜컹, 흔들흔들—
선로를 따라
왱왱 소리 내며
용산 향해 달려간다.
하늘의 구름도,
가로수도,
지붕 낮은 집들도
함께 달린다.
창문마다 비치는
무표정한 얼굴들.
긴 연휴 끝자락 삼킨
달고 쓴 피곤함.
쓰러져 깊이 잠든 사람,
연신 휴대폰 속
시간만 스크롤하는 사람.
아스라이 멀어진
먹거리 카트의 향수,
검표원도 사라진 지금—
나이 지긋한 내외분,
휴대전화 속 승차권에
서툰 손짓으로
잠시 내 자리에 앉았었지.
돌아가는 길의 열차표,
어쩌면 성급했던 고향.
오랜만의 이 흔들림,
요람 속 추억처럼
나도 모르게 흔들린다.
<작가의 말>
기차는 언제나 ‘돌아감’을 품고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그 소리 속에
우리의 지난 시간과, 아직 남은 여정이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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