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흔들흔들 기차여행

by 홍주빛

흔들흔들 기차여행

글 / 홍주빛


수많은 사연을 삼킨

오래된 쇠덩어리.


덜컹덜컹, 흔들흔들—

선로를 따라

왱왱 소리 내며

용산 향해 달려간다.


하늘의 구름도,

가로수도,

지붕 낮은 집들도

함께 달린다.


창문마다 비치는

무표정한 얼굴들.


긴 연휴 끝자락 삼킨

달고 쓴 피곤함.


쓰러져 깊이 잠든 사람,

연신 휴대폰 속

시간만 스크롤하는 사람.


아스라이 멀어진

먹거리 카트의 향수,

검표원도 사라진 지금—


나이 지긋한 내외분,

휴대전화 속 승차권에

서툰 손짓으로

잠시 내 자리에 앉았었지.


돌아가는 길의 열차표,

어쩌면 성급했던 고향.


오랜만의 이 흔들림,

요람 속 추억처럼

나도 모르게 흔들린다.


<작가의 말>

기차는 언제나 ‘돌아감’을 품고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그 소리 속에

우리의 지난 시간과, 아직 남은 여정이 실려 있습니다.


#기차여행 #흔들림의 시학 #귀향의 길 #삶의 풍경 #요람속 추억 #홍주빛시 #브런치북 #감성에세이



keyword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