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구도심의 조용한 회전교차로,
크리스마스트리 하나가 잊힌 추억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이 거리를 메우던 새벽송과 아이들의 율동,
지금은 모두 시간 속에 희미해졌지만
그 빛 아래에서 다시, 마음속 무언가가 깨어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홍주빛
군 단위 작은 도시 입구,
회전교차로 한가운데
크리스마스트리 하나
홀로 불을 밝힌다.
매년 같은 자리에 서지만
유독 눈부신 건
구도심 거리가 점점 조용해지고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마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메리크리스마스!
새벽송 부르며
인사를 건네던 기억이
엊그제 같지만
이젠 아득한 전설이 되었다.
성탄절 이브엔
초등부 아이들과
율동과 노래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했고
이른 새벽엔 성가대 어른들과
집집마다 돌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다.
특히, 미아리 지역에서는
장난처럼 "미아리 크리스마스!"
흥에 겨워 "미리 크리스마스!"
끝내 정색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그 낡은 기억들이
문득 내 안에서 울려 퍼진다.
이제 메리크리스마스는
의미를 잃은 말처럼 들린다.
어느 호텔의 케이크가 더 비싼지 겨루고
여행 가방을 끄는 사람들로
공항은 북적이기만 한다.
교회는 조용해지고
성탄 트리는
백화점 몇 곳에서만 반짝인다.
더 이상,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의 오심을
기뻐하는 예배는
시들어버렸다.
그러나
메리크리스마스.
그 고요한 밤의 근원,
구원주를 보내신 이에게
침묵 속 '영(靈)'으로 다시 오신 그분께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서
환영의 불빛이
작게, 그러나 또렷하게
다시 켜진다.
상업과 소음 속에서 점점 잊히는 크리스마스.
그러나 여전히 우리 마음 어딘가엔,
그 밤의 고요함과 구원의 빛이 살아 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잠시 멈춰 서서
그 조용한 빛을 함께 바라보길 소망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 조용히 진심을 담아.
#메리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성탄절성찰 #내 안의 구유 #홍주빛시인 #크리스마스의 의미 #옛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