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빛
11월 8일, 부천 고려호텔에서 문학고을 하반기 등단식이 열렸다.
시인, 수필가, 디카시인, 시조시인이 새로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일반적인 임명장 수여와는 달리, 등단식은 조금 달랐다.
심사위원장들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고, 등단패와 작가 헌장을 직접 수여했다.
수상 도우미의 꽃다발 증정과 기념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신인문학상 시부문을 수상한 나는 성이 'ㄱ'으로 시작되어 가장 먼저 단상에 섰다.
다리가 떨렸지만, 이상하게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도, 1월부터 편찮으셨던 어머니께서 등단식 일주일 전부터 기적처럼 기운을 차리셔서
함께 자리에 참석해 주신 것이 큰 기쁨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식장으로 이동하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한 가족의 대화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이, 70대에 자기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들 텐데 글을 쓰셨다잖아요.”
그 말처럼, 참석한 작가들의 면면을 훑어보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수필 부문 작가님은
수상 소감에서 수필과 함께 ‘제2 막의 인생’을 즐기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같은 충청권 분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나중에야 그분이 문학을 전공한 교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본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편이라,
용기를 내어 글쓰기와 소통을 시작했는데
벌써 이렇게 훌륭한 분들과 함께 모임을 갖게 되다니,
부담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등단 의지를 확인하셨던 회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토록 훌륭한 분들 곁에서 정진하려면,
단단히 각오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가장 눈에 띈 것은 작가 헌장의 글귀들이었다.
작가 헌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다.
“나는 문학고을 작가의 명예와 자부심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하는 문인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많은 문인이나 독자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작가가 될 것이며—”
그동안 독자와의 책임감을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니었지만,
등단 후 ‘시인’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사뭇 달랐다.
며칠 후, 지역 지부장님과 연락이 닿아
12월 모임에 처음 나서기로 했다.
오직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로 임할 생각이다.
이제 나를 가까이에서 응원해 줄 문우들과의 모임을
기꺼이 즐길 때가 온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글을 통해 더 많은 독자를 상대해야 할 시간이다.
망망대해로 서핑을 나서기 위해
해변으로 향하는 심정으로,
마음의 옷깃을
단단히 다시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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